
어제는 봄비 같은 가랑비가 촉촉히 내리더니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기우는 햇살에 노랗게 물드는 은행나무 잎이 너무 예뻐 보인다.
머지않아 가로수 열매 은행도 영글어 떨어지면 길가에 냄새가 진동 하리라.

올라갈 때 안보이던 도토리가 내려올 땐 보이기도 해
시인 고은의 시가 생각 나기도 한다.
그 꽃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자주 오가는 산책로나 오솔길 바로 옆에 떨어져 눈길을 끄는 도토리는
아직도 덜 영글었는지 껍질까지 파란 놈,
길이가 짧고 날씬한 놈, 발에 밟혀 깨진 놈, 벌레가 들어있는지 까맣게 구멍난 놈,
맨발 운동하는 낙엽 한 잎 없이 깔끔하고 널찍한 곳에 여기 하나 저기 하나 제각기 뒹구는 놈.
골짜기에 단체로 떨어진 동글동글하고 탱탱한 놈,
진흙이나 물 속에 떨어져 구해달라 애원하는 놈,
마지막 알림의 예고인지 전혀 생각지 않은 곳에 한 두개씩 떨어져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는 놈.
떨어진 위치도 모두 다르지만 모양도 가지각색 이다.

꽃송이보다 씨주머니가 더 많이 달린 걸 보면 물봉선도 이젠 마지막이지 싶다.
늘 반복되는 계절이지만 마지막이란 말은 웬지 아쉽게 마련이다.
산책로 옆에 피어 눈을 호강시켜주던 아이들인데 이젠 일년 뒤에나 볼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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