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하이쿠 감상
opal*
2012. 11. 23. 11:00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 타다토모
나무에 가려져
찻잎을 따는 이도 듣는구나
두견새
- 바쇼(芭蕉)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 모리다케
이 덧없는 세상에서
저 작은 새조차도
집을 짓는구나
- 이싸
강물에 떠내려가는
나뭇가지 위에서
아직도 벌레가 노래를 하네
- 이싸
한낮의 정적,
매미소리가
바위를 뚫는다
- 바쇼
내가 경전을 읽고 있는 사이
이 나팔꽃은
최선을 다해 피었구나
- 쿄로쿠
그녀가 젊었을 때는
벼룩에 물린 자리조차도
예뻤다네
- 이싸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 바쇼
저녁 달빛 아래
달팽이가
허리까지 옷을 벗었다
- 이싸
그의 모자가 점점 멀어져
나비가 될 때까지
그를 쳐다보네
- 치요니
새벽이 밝아오면
반딧불도
한낱 벌레일 뿐!
- 아온
우리 두 사람의 생애,
그 사이에
벚꽃의 생애가 있다
- 바쇼
달이 동쪽으로 옮겨가자
꽃 그림자
서쪽으로 기어가네
- 부손
마음을 쉬고 보면
새들이 날아간 자국까지
보인다
- 사초
※. 하이쿠(haiku, 俳句(배구)) - 일본의 시 형식 가운데 하나.
하이카이(일본 특유의 단형시(短型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