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열기와 낮술

opal* 2021. 1. 22. 15:37

 

친구따라 완도로 낚시 갔던 아들이 열기를 잡아왔다.

 

열기는 100~150m 심해에 사는 한류성 물고기로 12월부터 4월까지

30~50m 수심의 암초대나 어초에 어군을 형성해 이때 조업이 이뤄진다.

그물로는 잡기 힘들고 ‘외줄낚시’라고 하여 큰 봉돌을 매단 낚싯줄을 수직으로 내려서

한 번에 3~5마리씩 낚아낸다. 20~28㎝가 주종이다.


뱃전에 올라오는 순간 수압의 차로 부레가 부풀어 즉사하며

그래서 낚시꾼이 아니고선 회로 먹기란 불가능하다.
담백하면서도 적당히 기름져 씹을수록 고소하다.
육질이 단단하되 질기지 않으므로 약간 큼직큼직하게 썰어 담는다.
간장보다 초고추장이 더 어울린다.

 

솜씨 없는 아들 내외가 정성스레 떠 준 열기회

아들은 잡아오느라 힘들고 며늘은 식구들 먹이느라 힘들다.

 

안주가 좋으니 안마실 수가 없게 생겼다.

 

코로나19로 집에 들어앉아 지나간 추억으로 대신하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도 가고 싶고 저기도 가고 싶지만 어디도 맘대로 나설 수가 없다

나이와 체력은 반비례 하는데 이러다 영영 못나가게 되는건 아닌지...

 

 

열기

                     여영현


몸통이 붉은 고기는 열이 많다
찬 바다에서 낚아 올리면 금방 죽는다
열기라는 물고기가 그렇다
심장이 빨리 뛰는 사람도 그렇다

 

회를 떴다
너무 빨리 죽는 나를 상상했다

 

죽어서도 붉은 몸,
어쩌면 열기는 단순하다
나는 사후에도 따뜻한 몸을 보지 못했다

 

사랑이 그렇게 지나갔다
지나가고도 가끔
그 붉은 몸이 그리웠다

 

겨울바다에 냉매처럼 차가운 해가
떨어졌다
얼핏 뜨겁게도 보였다

                                         문학과 창작 2020가을호

                                                  2004년 문학과 창작으로 등단,

                           시집 '밤바다를 낚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