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오전엔 생일 맞는 아들에게 축하 메세지 날려주고,
오후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낮은산 한 바퀴 돌고 왔다.
정상에 있는 긴 나무의자에 누워 바라본 하늘.
여름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던 무성하던 잎,
땅에 떨어지면 한 낱 쓰레기일 낙엽은
이별이 서러워서 일까 아쉬움이 많아 그럴까
떨어질 줄 모르고 새로운 봄이 와도 매달려 나부낀다.
남쪽에선 계속 꽃소식이 올라 오는데
이곳은 언제 봄이 올런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다.
春來不似春 유래.
‘춘래불사춘’은 중국 당나라 시인 동방규(東方규)의 시 ‘소군원(昭君怨)’에서 유래 했다고 한다.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척박한 이국땅에서 기구한 삶을 산 왕소군(王昭君)의 원망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중국 전한(前漢) 시대 원제(元帝)의 궁녀였던 왕소군은
춘추전국시대의 서시(西施), 삼국시대의 초선(貂蟬), 당나라의 양귀비(楊貴妃)와 더불어 ‘중국 4대 미인’으로 통한다.
왕소군은 날아가는 기러기가 그녀의 미모에 넋이 나가 땅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낙안(落雁, 기러기도 떨어뜨린다)’이란 별명도 있다.
그녀는 흉노와의 화친 정책에 의해 흉노의 왕 호한야선우(呼韓邪單于)에게 시집 가 아들 하나를 낳았다.
그 뒤 호한야가 죽자 흉노의 풍습에 따라 왕위를 이은 그의 정부인 아들에게 재가하여 두 딸을 낳고 생을 마쳤다.
시인 동방규는 오랑캐 땅에서 왕소군이 느꼈을 슬픔과 외로움을 ‘춘래불사춘’으로 노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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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친구집에 가서 잔다며 나갔던 손자가 저녁에 들어 왔다.
하루 일과를 물으니 친구들과 북한산 백운대를 다녀왔다고 한다.
초등시절 엄마 아빠랑 다녀온 산을 친구들과 다녀왔다니
건강하게 잘 자라 준 손자가 할미 마음엔 기특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