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2021년), 달빛 기도
달빛 기도
이해인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 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 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 이해인 산문집 『기쁨이 열리는 창』 中에서-
추석달
구재기
작은 꽃으로
한 가슴을 다스리며
하늘의 열매를 맺어왔구나
둥그런 소망 하나 길러 왔구나
솔숲 동산에 올라
솔바람 한줄기를 맞으며
내일을 비는 소년아, 소녀야
기다리며 사는 법을 익혀 왔구나
구름 벗어난 하늘 아래
네들의 부드러운 손을 맞잡고
뜨거운 입술의 땅, 그 품에 안기어
아무런 근심 없이 헤이는 이 가을의 정수(精髓)
꽃잎 지는 뜨락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떨리는 심장으로
내일을 그리는 소년아, 소녀야
소중한 꿈은 땀과 눈물로 지켜야 한다
아침에서 저녁까지
정성된 마음을 모으고 모아
굳게 닫힌 하늘의 문을 열고
숨결 같은 노래 하나 엮어 왔구나
이번 추석의 가족모임은 백신 접종자 포함 8명까지 모일 수 있어
지난해에 이어 올 추석에도 큰댁 방문은 취소하고
우리 식구끼리만 모여 식사 나누기.
코로나가 무섭긴 해도
건강하게 자라며 나날이 변해가는
예쁜 손녀의 방문은 거절하기 곤란.
어른들 옷은 밤이슬로 촉촉하게 적셔 손질해 입고
새로 장만한 추석빔 꼬까옷은 애들만 입히던 시절,
시뻘건 숯 담긴 뚜껑 없는 무쇠원반 다리미 긴 자루 잡고
무명옷에 재 날리며 이리저리 골고루 다림질하는 엄마,
그 앞에 마주앉아 힘자랑 하듯 끄트머리 돌려가며 잡아당기는
명절을 손꼽아 기다리던 어린 시절이 새삼 그립다.
그많은 세월은 어느 사이에 이토록 많이 지나 갔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