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 없어도 빨리 가는 하루
아침 시간에 낭송하는 시 한 수가 동감으로 느껴져
귀담아 듣다보면 금방이라도 외워질 것 같은데
잠시 딴청 피우다 보면 시인 이름 조차 까맣게 잊혀져 생각이 안난다.

언젯적 것인지 본인도 구별 못하는, 앱 깔았다고 장난친 사진과 문자 보내주고도
새해 인사는 직접 말로 해야 한다며 걸려온 전화는
언제나 그렇듯 일방적인 수다로 한나절이 다 간다.
어제(1.3) 오전, '22년 주식시장 개장식에 참석한 대선 후보 중 한 사람
코스피 5천 시대를 경제 공약 정책 발표하며 기대감을 언급.
마음 솔깃한 개미들에겐 희망 사항이겠지만
지지율을 올리려는 후보에겐 주가 상승이 마음대로 되는 일도 아닐 터.
컴 앞에 종일 앉아 있어도 오늘의 캔들은 제자리 걸음 이다.
밖으로 나서려다 문득 아침에 들었던게 생각나 제목이나 시인 생각하니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그대로 나서면 아예 다 잊혀질 것 같아 얼른 찾아보고 시 한 수 적고나니 오후 네 시가 훌쩍,

동지 지난지 2주, 해 길이가 노루꼬리 반 만큼이라도 길어졌을까싶어
산으로 오르니 굴참나무 거목 옆 낙엽 위로 긴 그림자가 나란히 한다.
오솔길에 마주치는 돌아오는 자의 발걸음은 여유가 있고
오르막 향해 가는 이의 걸음은 종종 걸음으로 바쁘다.

거친숨 몰아쉬는 오르막에 흐르는 땀이 옷을 적셔도
서산 향해 달려가는 햇님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전망대 도착 전에 서산마루에 걸린 햇님을 만나 한 컷 누르고

달리다시피 빠르게 걷던 중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서쪽 모습은
큰 기대 하지 않았어도 햇님이 안보이니 마음이 바빠진다.

전망대 도착하니 이미 떠난 주인공 대신 들러리 섰던 구름이 기다려 준다.
겨울철 짧은해는 자취를 감췄어도 홍시빛 하늘이 화폭처럼 아름답다.

일몰 후 어두워지는 속도는 가속이 붙어 정상에서 쉬지 않고 그대로 하산,
운동시설 이용객들 모두 떠난 자리엔 태극기 혼자 바람에 펄럭인다.
어둠 내려앉는 숲길 부지런히 내려딛으니 전에 못보던 나무사이 불빛들이 새롭다.

작은 봉우리 한 곳을 마저 거쳐야 하는데 이미 어두워진 시간이라
대신 가로등 켜진 공원 두 바퀴 더 걷고나니
오늘은 어쩐지 "해냈다."라는 느낌들며 마음이 가쁜하다.

일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이 내일, 매서운 강추위는 내일도 이어지겠고
내 사는 지역은 사흘 째 한파특보, 찬 바람에 체감온도는 더 내려가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