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자유로운 나이

opal* 2022. 2. 11. 18:58

한번 꾸면 꿈이고 자꾸 꾸면 현실 된다. 

 

 

어제는 먼 곳에 있는 친구 집에서

정성 담긴 음식 나누며 수다 떨고 

오늘은 느즈막히 산으로 향한다.  

 

정신없이 보내던 젊은시절 보다 

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지금이 마냥 좋게 느껴진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하고 싶지 않는 것을 안 할 수 있어 좋다." 던 박완서 님 생각 나고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던 박경리 님도 생각난다. 

 

옛날의 그집 

                                박경리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횡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저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 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