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초록한 오월 (이생진/아름다운 신록)
초록초록한 날의 산책
자주 걷는 오솔길 옆
역광에 비치는 명암 뚜렷한 넓은 잎이 아름다워 사진에 담곤 했었건만,
꽃이 핀 후에야 쪽동백 나무 였음을 알게 되다니...
아름다운 신록
이생진
신록을 예찬하고 싶다
신록은 바다 속 같다
단물이 난다
벌레가 먹기 좋고
새들이 숨어서 노래하기 좋다
나도 산길을 거닐다 신록에 미쳐
파랗게 질린다
신록 속에는
사랑의 비결이 많다
5월
김용택
연보라색 오동꽃 핀
저 화사한 산 하나를 들어다가
"이 산 너 다 가져" 하고
네 가슴에 안겨 주고 싶다.
『속눈썹』(마음산책, 2011)
오월
복효근
괜찮겠어요
물으니
오월이잖아요
그가 짧고 아프게 웃었다
' 꽃 아닌 것 없다' (천년의 시작, 2017)
봄이 방금 왔노라며 노랑 물감 뭉개 놓은 듯 환하게 웃던 개나리와
산을 온통 붉게 물들여 기분 전환 시키던 진달래는 금방 푸름 속으로 사라지고,
연푸른 봄산에 마른 버짐처럼 퍼진 산벚꽃은 얼룩덜룩해진 화장처럼 시선을 끌더니
며칠 사이 기분이 절로 상큼해지도록 보기만해도 시원해지는 아름다운 녹색이 온 산을 덮었다.
아직도 바람에 날리는 미세하고 노리끼리한 송화가루는
사진 담는 휴대폰 표면에 달라붙어 닦아도 닦아도 소용없지만,
오월의 맑은 하늘과 신록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