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산책 중 만난 때죽나무

opal* 2022. 5. 8. 20:59

쪽동백 잎
때죽나무

날씨가 흐리니 종일 내내 서늘한 기온, 그러잖아도 요즘은 일교차도 심하다.  

어제는 쪽동백나무 꽃을 처음 만났고,  오늘은 때죽나무 꽃을 처음 만났다. 

늘 다니는 길 이어도 나뭇잎과 꽃이 핀 후에야 알아 볼 수 있다니... 

 

자주 걷는 습지 둑에 우뚝섰는 한 그루 나무, 

여지껏 한 번도 신경써 본 일이 없어 몰랐다. 

 하얀 꽃송이가 주렁주렁 달린 후에야 이팝 나무인줄 알게 되었다.  

어제 만난 쪽동백, 오늘 만난 때죽나무, 산 속 깊이 서있는 이팝나무 등 

꽃이 핀 후에야 알아보게 되니 나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이제라도 제대로 알게 된 것도 참 다행이라 생각된다. 

 

쇠뜨기

잡초

                           김종익
 
사람들아
잡초라고
함부로 짓밟지 마라
 
쇠뜨기 명아주 애기똥풀
개망초 며느리배꼽
 
식물도감에
버젓이 올라 있는
고향을 지키는 민초들이다
 
거친 산야
살찌게 하는
우리는 꽃이다
 
한 송이 꽃도
피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잡초다 

 

애기똥풀

 오월          
                                이재무 ​

겨우내 마른 논이, 벌컥벌컥 수문을 따라
천천히 들어오는 물을 마실 때 논의 물
속으로 들어와 가득 차는 것은 물만이 아니다
보라, 산날맹이 너머 자주 형상을 바꾸며
저희끼리 시간을, 희희낙락 즐겨 해찰해대던
구름 몇 마리도 불현 생각난 듯 물 따라
겅중겅중 들어와서는 논바닥 이곳저곳에
제 가벼운 그림자들 길게 떨어뜨리는 것을
그러면 어느새 새로이 생겨난 물벌레들은
흙탕 일으켜 흙의 뭉친 근육 풀어주는 것을
논둑 저 혼자 펄럭이며 심심하게 서 있는
미루나무도 나른한 정오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배추 속처럼 뽀얗게 차오르는 수면 안으로
길게 손 뻗어오는 것인데 그리하여 그,
기지개 덕에 키가 한 자는 더 웃자라는 것인데
오후 들어서는 골짜기 박차고 나온 꽁지 붉은
새 울음 소리도 바닥에 떨어져서는 푸르게
무늬 지며 찰랑대는 것을 또, 직선으로 내려꽂히는
햇살 되받아내며 은빛 사방팔방으로 튕기는
것 보라, 겨우내 마른 명태처럼 누워 있던 논
벌떡 일어나 그 큰 입으로, 도랑의 옆구리 비집고
나오는 물로 오, 오래 해갈하실 때
하늘 더욱 청명하고 드높고
삽자루 어깨에 메고 논둑 걷는 예비군복 바지의
걸음이 오늘따라 겁도 없이 풍선처럼 가볍고
세상은 잘 닦은 유리알처럼 투명, 투명하여서
갑자기 생이 눈부셔 어리둥절해지는 오월 한때를   
​                                   『위대한 식사』(세계사, 2003)

 

논물 드는 오월에

                                         안도현 

그 어디서 얼마만큼 참았다가 이제서야 저리 콸콸 오는가

마른 목에 칠성사이다 붓듯 오는가

저기 물길 좀 봐라

논으로 물이 들어가네

물의 새끼, 물의 손자들을 올망졸망 거느리고

해방군같이 거침없이

총칼도 깃발도 없이 저 논을 다 점령하네

논은 엎드려 물을 받네

물을 받는, 저 논의 기쁨은 애써 영광의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

출렁이며 까불지 않는 것

태연히 엎드려 제 등허리를 쓰다듬어주는 물의 손길을 서늘히 느끼는 것

부안 가는 직행버스 안에서 나도 좋아라

金萬傾 너른 들에 물이 든다고

누구한테 말해주어야 하나, 논이 물을 먹었다고

논물은 하늘한테도 구름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논둑한테도 경운기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방금 경운기 시동을 끄고 내린 그림자한테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구한테 연락을 해야 하나

저것 좀 보라고, 나는 몰라라

논물 드는 5월에

내 몸이 저 물 위에 뜨니, 나 또한 물방개 아닌가

소금쟁이 아닌가

​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현대문학북스, 2001)

 

 

코로나 시국이 끝나가고 실외에선 마스크도 벗고 

거리두기도 제한이 없어지니 비행기 활동도 왕성해 뵌다. 

활주로 한쪽에서 미끄러져 내리며 착륙하는 비행기가 보이는가 하면 

한 쪽 활주로에선 이륙하고 있다.  도착과 이륙하는 비행기들이 자주 보인다. 

 

은방울 꽃
온 산이 송화분으로 노할게 물든 모습.
송화분을 흠뻑 뒤집어쓴 나뭇잎.
바람불어 좋은 날
소나무와 참나무의 세력 다툼.

넓은 장소 놔두고 서로 가까이 서서 똑바로만 자라도 서로 닫지 않겠는데, 

삐딱하게 자란 줄기가 서로 닿아 상처를 입으며 서로 기대어 있다.  

 

쑥버무리
간장게장
양념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