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노을, 아름다운 저녁, 가을 저녁,
opal*
2022. 9. 25. 19:16
노을
나태주
저녁 노을 붉은 하늘 누군가 할퀸 자국
하느님 나라에도 얼굴 붉힐 일 있는지요?
슬픈 일 속상한 일 하 그리 많은지요?
나 사는 세상엔 답답한 일 많고 많기에..
노을
최윤경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를 곱게 물들이는 일
세월과 함께 그윽하게 익어가는 일
동그마니 다듬어진 시간의 조약돌
뜨겁게 굴려보는 일
모지라진 꿈들 잉걸로 엮어
꽃씨 불씨 타오르도록
나를 온통 피우는 일
*잉걸=불잉걸 : 불이 이글이글하게 핀 숯덩이
아름다운 저녁
이성선
장마로 오랫동안 가려졌던 산이
터진 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살결을 드러낸다
보아서는 안될 속가슴과 가랭이 사이
여인의 옷 벗는 모습을 숨어서 보는
눈물나게 아름다운 저녁이다
『산시 山詩』(시와시학사,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