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윤동주 / 자화상, 코스모스

opal* 2024. 9. 27. 00:33

자화상(自畵像)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온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쳐지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는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코스모스

                              윤동주 (1938~45)


청초한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이면
옛 소녀가 못 견디게 그리워
코스모스 핀 정원으로 찾아간다.

코스모스는
귀또리 울음에도 수줍어지고,

코스모스 앞에 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
코스모스의 마음은 내 마음이다.


 

 

 

 

 

 


'240926(목) 푹 쉬기

그제는 산행, 어제는 모임으로 늦은 시간에 귀가,  하루 종일 푹 쉬며 사진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