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50201(토) 2월 초하루

opal* 2025. 2. 1. 18:03


'250201(토)  어느새 2월  

찬바람이 잠시 멈추니 봄이 온 듯 온화하다. 이러다 언제 또 늦겨울 한파가 들이 닥칠지...  
  
어제 잔뜩 흐리고 음산하게 바람 불며 잠시 기세롭게 내린 눈은 오늘 좋은 햇살로 음지엔 그대로 있고 양지엔 다 녹아 언 땅 속으로 스며들지 못한 물이 지표면으로 흘러 진흙에 미끌어지기 십상, 눈에 미끄러지나 진흙에 미끄러지나 도낀 개낀,


눈이 미처 녹지못한 긴 내리막 계단길 내려 딛다 잠시 주춤, 뒤돌아 오솔길 택해 속도 줄이고 보폭 줄이고 마른 낙엽 밟으며 내려 딛었다.  


가쁜 숨 몰아쉬며 긴 오르막, 일부러 미끄럼 탄 건지 미끄러진 건지 주루룩 미끄러져 내린 자국이 길다.
긴 비탈길에 눈과 얼음 젖은 낙엽 등 복병이 많다.


거목인 버즘나무 하얀 수피는 차디찬 겨울의 푸른하늘 배경 일 때 훨씬 돋보인다.


넓은 헬기장은 햇볕이 종일 드는 양지 건만 막힌 곳 없이 찬바람을 맞아 그런가 눈이 하얗게 그대로 덮혀 있다. 잠깐 오르는 비탈면엔 염화칼슘을 지나치게 많이 뿌려 그대로 남아 있다.
정상에서 내려딛는 음지 눈길엔 잠시 아이젠 착용하고 좀 불편하지만 데크길 쉼터까지 안전하게 딛었다.  


눈길에 미끄러질까 진흙에 미끄러질까 나무 뿌리에 걸리지는 않을까 걷는 내내 잔뜩 숙인 고개와 시선은 위로 향할 줄 몰라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수가 없다. 

전망대에서의 희뿌면 조망이 별로라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정상 향해 이동, 긴 오르막 쉬지않고 정상 도착하며 잠시 의자에 앉아 휴식, 뜨거운 물 한 잔 따라 식기를 기다려 마신다.  


눈 쌓인 음지 내리막 아이젠 신을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내려 딛으니 고맙게도 낙엽이 도와 준다.


긴장하기 싫고 아이젠 착용하기 귀찮아 하산 길은 거리가 좀 짧지만  넓은 임도 옆 데크길 택하니 '언제 눈이 왔었나?' 라는 듯 뽀송뽀송하다. 염화칼슘께나 뿌려졌으리라. 한 달여 전 첫눈 왔을 때도 꽈당  미끄러졌던 도로인데...  
완만하게 계속되는 긴 내리막 차도 옆, 산에서 걷는 내내 숙였던 고개 빳빳이 들고 허리 꼿꼿이 펴고 시선 멀리 보고 걸으니 바닥만 보고 걸은 걸음에 보상 받는 느낌, 걷는 몸이나 긴장 풀린 마음은 한결 편한데 차도 옆인게 흠... 좁기 해도 오르내리며 산길 걸을 때가 훨씬 상큼하다. 어쨌거나 한 번 나서면 세 시간은 소요되니 개인적으론 딱 알맞다. 미리 받아 놓은 꿀잠 보장과 건강하게 보낸 하루에 감사하는 마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