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단풍

개심사('250422). 수선스런 4월의 산

opal* 2025. 4. 22. 21:27


'250422(화) 수선스런 4월의 산 

 

해미읍성에서 말했듯 춘천 오봉산 산행 예정에서 비  예보로 아라메길 트레킹으로 변경,

전에 혼자 서산 삼존 마애불과 보원사지 탐방했듯 이번에도 2진으로 종주하지 않고 해미읍성과 개심사만 둘러 보았다,
비 내리는 날씨라 꽃이 고개를 숙이긴 했지만 개심사 방문 여러번 만에 명부전 앞 청벚꽃을 처음 볼 수 있었다. 

개심사 가는 길
개심사 입구 귀룽나무

 

 

 

어느 시인은 "삼월의 산은 수다 스럽다" 했고, 

또 어느 시인은 "봄철의 산들은 선線으로 말한다." 하고 
어떤 글쟁이는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지만 
내가 보는 사월의 산이 제일 수선스러워 보인다.   

산벚꽃 만발할 때의 산은 

차마 이름 붙일 수 없는 갖가지 형형색색으로 채색되어

눈길을 잡아 끄는 마력에

4월의 산은 정신이 혼미해지고 멀미가 날 지경 이다.  

봄 기운 가득찬  자연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한 날 
봄 비 속에서도 색으로 말하는 산이 참 아름다운 날 . 

 

 

 

삼월의 산은 수다스럽다

 

                                                                      박병금

 

연둣빛 환생을 꿈꾸는 삼월은

참나무 삭정이도 입을 열게 한다
황사 바람 목을 죄어와도
이랑이랑 넘치는 햇살에
매화꽃 조근조근 말을 건네오면
산수유꽃 기다렸다는 듯
노란 수술 터뜨리며 향긋한 소리로 화답한다

웃자란 억새 사이 연분홍 진달래
슬며시 고개 내밀면
춘심에 물오른 아낙네
도시락 싸들고 오르는 길섶마다
하얀 조팝나무꽃 사방에서 수런거린다
내 혈관 우듬지마다 환장하게 봄물 출렁거리는

삼월, 삼월의 산은
나물 캐는 아낙네보다
산을 오르내리는 인파의 행렬보다 더
수다스럽다

 

 

 

산들은 말하지 않는다 

                           이청준 

봄철의 산들은 선線으로 말한다.
봄산의 능선들은 어느 계절보다 여리고 멀고 부드럽다.
여름철의 그것처럼 무디지 않고,
가을철의 그것처럼 날카롭지 않고
겨울철의 그것처럼 흐리지 않다.
그것은 여인의 젖가슴처럼 여리고,
그립도록 멀고, 그리고 졸리도록 부드럽다.
그래서 우리는 이 봄산의 능선에서 졸림 같은 휴식과,
여인의 젖가슴 같은 위안과,
오래도록 잃어버린 향수를 되찾는 것이다.

이른 봄의 산들은 또 다시 그 요술 같은 색깔로도 말을 한다.
봄산의 골짜기는 아무도 그 색깔을 말하지 못한다.
회색인가 하면 엷은 보라색이 감돌고,
보라색인가 하면 다시 연두색 아지랑이에 눈이 시려져 온다.
봄에는 산들이 그렇게 요술 같은 색깔로 말을 한다.
그리고 또 말한다.
봄의 산들은 무엇보다도 그 너그러운 기다림으로
다시 우리들에게 말을 한다.
봄의 산은 오만스럽게 위압하지 않고,
차갑게 안으로 침묵하지 않고,
험상궂게 우리를 시험하지 않는다.
봄은 기다림의 계절이다.
그것은 여름으로 가는 길섶 위의
너그럽고 덧 없는 축복의 계절일 뿐이다.

봄의 산도 마찬가지다.
바위 그늘에 남아 있는 잔설殘雪,
아직도 노란 잔디 위로 솟아오른 할미꽃 봉우리,
푸드 등, 환청처럼 흔적 없는 작은 산새의 날개 소리,
골골골 바윗돌 밑을 흘러내리는 차가운 시냇물소리,
내리는 듯 마는 듯 머리칼을 적시는 가는 이슬비,
그리고 좀 더 늦게는 온산을 물들이는 진달래꽃 무리와
무성하게 부풀어 오른 보리밭 위를 굴러가는 여린 바람결...
그 어느 것 하나라도 기다림 아닌 것이 있는가.
봄의 산들은 그렇게 부드럽고,
소리 없이 초조하지 않게 계절을 기다리고
또 너그럽게 계절을 떠나보낸다.
언제나 너그러운 기다림으로 말을 한다.  

 

 

개심사 다 둘러본 후 주차장에 서성대니 오래 전 일이 떠오른다. 

20여년 전 정남 사는 친구 집에 갔다가 새벽에 고사리 뜯으러 가자기에  가고 보니 서산 목장(그 시대 이름은 김종필 목장), 친구 셋은 고사리 뜯고 혼자 차 몰고 개심사로 달려가 벚꽃을 찍었으나 일출 전 새벽 시간이라 색은 그다지...  
그 시절 생각이 갑자기 떠올라 그 중 한 친구는 지난해 저 세상으로 떠났고,  다른 친구에게 전화하니 1박2일 목포 여행 중 이란다, 건강하게 다닐 수 있다니 얼마나 반가운 대답인지...    

 

아라메길 B 코스 긴 종주는 하지 않았어도 나름 흡족했더 하루에 감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