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겨울나무(정연복)
opal*
2021. 1. 24. 23:55

어제에 이어 오늘도 달밤에 체조.

겨울나무 3
정 연복
살아가다가
어쩌다가 한 번쯤은
겨울 나무 같이 몽땅
비울 줄 알아야 하리
겉모양으로만
비우는 체 할 것이 아니라
안팎으로 화끈하게
비울 때가 있어야 하리
아낌 없이 남김 없이
비워버린 후
지금껏 몰랐던 새 것으로
채워지기를 희망해야 하리

겨울나무 4
정연복
베란다 너머로 하루에도
몇 번은 눈에 띄는 겨울 나무
빈 가지의 벌거숭이로
죽은 듯 고요히 서 있다.
지금은 한겨울
숨 죽인 기다림의 시간이지만
이윽고 새봄 오면
연푸른 잎들 되살아오리
내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는 게 없지만
겨울 나무 속에서는 이 순간에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