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날
/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녹색을 이루던 벌판이 황금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구름 한 점없는 맑은 날씨, 밖으로 나섰다.
그꽃
/ 고은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자주 다니고 있는 산책로 바로 옆,
어제도 오르내렸건만 눈에 뜨이질 않았다.
어제뿐 아니라 십 여년을 오르내렸어도 한 번도 못 본, 오늘 처음 눈에 띄었으니 신기하기만 하다.
상사화 또는 석산, 꽃무릇으로 불리는 이 꽃은 선운사나 불갑사 주변엔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내한성이 약해 남쪽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이
근래에는 북쪽에서도 볼 수 있으니 온난화 현상 결과 이리라.
▲ 일찍 물든 화살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