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유희경네가 두고 간 커피잔을 씻는다그런데도아직 네가 여기 있네책장에 기대서서책을 꺼내 읽고 있네그 책은 안 되는데안 되는 이유가 뭘까손이 다 젖도록 나는생각해 본다그 책은 옛일에서 왔고누가 두고 간 것일 수도 있다얼마나 옛일일까두고 간 사람은 누구일까그렇다 해서네가 읽으면 안 될 이유는 무엇일까나는 젖은 커피잔을 엎어두고젖은 손을 닦으려 하는데엎어둔 건 커피잔이 아니었고곤란하게도젖은 내 손이었다커피잔 대신 손을 엎어두었다고곤란할 이유는 또 무엇인가젖은 내 손은 옛일과 무관하고네가 꺼내 읽을 것도 아니다성립하지 않는 변명처럼오늘은 볕이 좋다 아직네가 여기 있는 기분너는 책에 푹 빠져 있고손은 금방 마를 것이며네가 두고 간 커피잔은어디 있을까 나는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