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단풍

산책 중 만난 여름 꽃

opal* 2022. 7. 21. 21:20

맥문동
무궁화
꼬리조팝
개구리밥
도토리
누리장나무
드린국화
에키나세아 (드린국롸)

능소화의 연가   

                                 이해인  

 이렇게 바람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저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서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다스틸베

지난 이른 봄, 짙은 보라빛을 띄우며 바위틈에서 예쁘게 피었던 제비꽃, 

몹씨 오래도록 가물고 노르스름한 송화가루 날릴 때, 꽃이 다 지고 잎만 남아 말라가기에 

마시려고 준비한 물을 오르내리며 한 모금씩 부어주었더니 뿌리가 채 빨아먹기도 전 

바위틈으로 흘러내려 걱정했더니...  장마철이 지난 지금은 아주 싱싱하게 잘 자라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내년 봄엔 더 많은 꽃송이 달고 예쁘게 예쁘게 피어 주렴...'   

 

산에 다니며 풀 한포기와도 얘기 나누는 시간은 참으로 행복한 시간. 

 

배롱나무
흰배롱나무
수국

능소화

                                     오세영

배신의 상처가 얼마나 컸으면
이다지도 아름답더냐.
체념의 슬픔보다 고통의 쾌락을 선택한
꽃뱀이여,
네게 있어 관능은
사랑의 덫이다.
네 부드러운 몸둥이
다리에서 허벅지로, 허벅지에서 가슴으로,
칭칭 감아 올라
마침내
낼룽거리는 혀로
내 입술을 감쌀 때
아아, 숨막히는 죽음의 희열이여,
배신이란 왜 이다지도
징그럽게 아름답더냐. 

 

능소화 전설

옛날 복숭아 빛 빰의 자태가 고운 "소화" 라는 예쁜 궁녀가 있었다.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성은을 입어 궁궐 내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임금은 그 이후로는 처소에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다가 돌아가지 않을까 또는 
발자국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하여 담장 너머를 쳐다보며 안타까이 기다림의 세월이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다림에 지친 이 여인은 상사병과 영양실조로 세상을 뜨게 되었다.

그 후 이 여인의 처소 담장에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거나 
발자국 소리를 듣기위해 꽃 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 꽃이 '능소화' 다.

능소화는 덩굴성으로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많이 휘어 감으며 담장 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그 꽃의 모습은 귀를 활짝 열어 놓은 듯하고, 꽃가루에는 독소가 있어 실명 위험이 있다고도 한다. 

백일홍 


                                   문성해

어젯밤
어디서 잤는지
머리에
붉은 실밥이 가득하다

​수박장사 리어카조차
그늘에서 쉬고 있는
한낮

​지린내가 진동하는
공터에

​태양을 독점한 듯
미친 여자 하나
눈부시게
서 있다

                                         문성해,『자라』(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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