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천 상병 - 강물, 귀천(歸天) . 행복.

opal* 2006. 5. 22. 08:28

 

강 물

 

                   천 상병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 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歸 天

 

                 천 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행복

                  천상병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평이 온단 말인가!

 

 

 

1930년 일본 출생
1949년 [문예]지에 시 '강물'이 김춘수에 의해 추천
1952년 시 '갈매기'가 [문예]지에 게제 추천 완료
시집
'새'(1971, 살아있는 시인의 유고집 발간 일화를 남김), '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1984)
'구름 손짓하며는'(1985), '저승 가는데도 여비가 든다면'(1987),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1990) 등
동화집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1993)
 

 

 

'詩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 현승- 가을의 기도, 가을의 시, 책.  (0) 2006.11.09
野 檀 法 席  (0) 2006.07.13
용문산 에서.  (0) 2006.04.27
[스크랩] Re:고창 선운산.  (0) 2006.04.02
김광섭- 마음.  (0) 2006.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