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을 넘게 다니던 산악회가 문을 닫았다.
8년을 넘게 운영해 왔다는데 백두대간 종주가 완전히 끝나니 산행 참석인원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다른 산악회에 처음 참석한 날, 종주팀 1진은 이미 하차하여 오르고, 2진 산행 들머리 용대리에 도착하니 비가 내린다.
한 차례의 소나기가 지나간 용대리 휴양림 입구.
주위의 높은 봉우리들은 구름에 쌓여 있다.
산행 들머리를 들어서니 아담한 통나무 숙박시설들이 있다.
넓지 않은 오솔 길은 점점 더 급경사를 이룬다.
1진 따라 능선을 걸을걸 그랬나? 워낙 가파르다 보니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이러다간 종주팀보다 늦게 하산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이정표는 제 구실도 못하는 채 아무렇게나 매달려 있다.
입장료 받는 데만 신경쓰지 말고 이런 것도 신경써줘야 하지 않을까?
산은 비교적 육산인데 가끔씩 만나는 돌들도 있다.
키 작은 나무들은 서로 손을 마주 잡고 오솔길을 덮으며
등산객들의 진로를 거부 하기도.
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는
겨울철의 나목 상태에서는 눈에 잘 띄는데 잎이 무성하니 잘 안 보인다.
계속 치고 오른 첫 봉우리의 정상, 노송 한 그루가 큰 줄기를 잃어 버린 채
삶을 유지하고 있다. 비 내리는 날씨라 그런지 번개라도 맞은 느낌이다.
보이는 것이라고 나무, 나무들.
오를 수록 Oak 종류가 주종을 이룬다.
길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가는 등산로.
소나기를 품은 먹구름이 산을 온통 휩싸고 꼼짝 않는다. 바람 한 점 없는 숲.
멀리서 들리던 천둥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주위를 어둡게 만든다.
나뭇잎을 먼저 때리고 떨어지는 빗물은 굵은 물방울.
가뜩이나 숲이 험하고 어두워 무서운데 멧돼지까지 근처에 있다니...
그러지 않아도 번개가 자꾸 번쩍거리며 공포감을 주는데 나무마져 벼락 맞은 듯 부러져 있다.
예쁘고 큼직한 망토 우비는 준비없이 온 일행에게 빌려주고, 혹시나 하여 우산의 손잡이를 끝에만 살짝쥐고 받친다.
그래도... 우산 아래로 번개가 지나갈 수도 있을 텐데...
아주 오래 전, 논에서 호미쥐고 엎드려 일하던 사람은 번개가 지나가며 옷섶을 태우고 지나갔다던 생각이 난다.
등산로를 파헤친 멧돼지의 흔적, 바닥이 어두워 조명 사용.
앞에가는 사람이 안 보일 정도의 어두운 숲속.
숲 속이 너무 어두어 ISO 400, 고감도로 촬영. 그래도 어둡다. 흔들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
아무리 올라서도 어디가 어딘지, '11중대'라는 흰 팻말이 나무에 걸쳐진 것을 보니 너무 지나친 것은 아닐까?
능선을 계속 따라가면 군 부대가 있어 출입금지 시키는 '칠정봉' 이니 신경 써서 잘 보고 내려 오라며 아침 차안 에서 주의를 줬는데.
억세게 퍼 붓는 비를 감당 할 수가 없어 카메라, 휴대폰, 시계는 비닐에 꼭꼭 싸서 가방 속에 넣었다.
팻말을 찍고 싶은데 못찍어 아쉽다. 못찍어 아쉬운게 어디 한가지 뿐이랴마는...
등산 시작하여 정상에 올라 빠꼼히 열린 하늘을 처음 접한다.
12선녀탕 입구에서 하차하여 맞은 편으로 오른 1진을 만나 비닐로 싸서 넣었던 camera를 꺼내 우산과 함께 주며 기념 한 컷 부탁.
1진의 후미 팀 마지막 이란다.
오랫만의 산행이라 짧게 탄다며 2진을 택했더니 오히려 더 힘든 것 같다.
같은 높이를 멀리서 걸어온 1진은 아무래도 경사도가 완만할테고 거리짧은 2진은 경사가 급한 된비알이라 속도를 낼 수도 없고,
능선이 아니라 볼 거리라곤 우거진 숲 뿐, 힘만들고 날씨마저 어둡고, 비는 내리고...
비도 내리거니와 하산 중엔 경사가 급해 카메라를 만질 엄두를 못낸다.
신경 곤두세우고 주의하며 천천히 내려 섰건만, 급경사 진흙에서 주르륵 미끄러지며 엉덩방아. 옷과 가방에 잔뜩 흙칠.
정상에서 1 시간 10분 걸려 임도 도착. 맑은 계곡물로 들어가 가방이며 온 몸의 흙부터 닦아냈다.
퍼붓는 비에 계곡물은 아래로 내려 올수록 금방 흙탕물로 변해 버렸다. 윗쪽에서 미리 씻고 내려오기를 얼마나 잘 했던지.
주차장까지 삼십분 이상 걸어 내려오는 동안에 젖은 옷의 물기도 거의 다 빠졌다. 그래도 즐거운 하루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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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봉우리 전체를 온통 먹구름이 에워싸고 어두워 잘 보이지도않는 곳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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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하여 주차장에 오니 너도 나도 집에서 전화 왔다며 서울發 소식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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