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을지부대 옆.
오래 전부터 기다렸음인가. 예쁘게 단장하고 기다리다 지친 단풍나무 잎.
모두 떨어져 있음에도 흩으러지지 않은 자세로 기다려 주고 있었다니... 고맙구나.
향로봉 길목을 지키는 늘씬한 멋쟁이 낙엽 교목.
온 밤을 밝히며 한 시간 전까지도 함께 지내던 안개는
산 아래 골짜기에서 아직도 배웅하며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나무 한 그루 맘 놓고 서 있지 못하는, 진부령 북쪽 산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단풍 잎,
모든걸 비워내려는 나무와 이별한 이파리,
작별이 서러운 듯, 눈물에 젖은 채 진흙에 뒹구는 모습이 안스럽다.
철 지난 민들레 몇 송이가 비포장 길가에서 왜 이제 오느냐며 꾸중 하는 듯,
너무 늦게 왔다며, 어서 오라 반긴다.
풀들도 예쁜 옷으로 치장하고 일찌감치 나와 환호 해주니
분단의 아픔인 향로봉을 향하는 이 마음 한결 밝아 진다.
향로봉에서 내려와 오후 햇살을 맘껏 받고 있는 진부령에서.
마산봉과 진부령 사이의 백두대간임을 알리는 리본들.
언제 부턴가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새로 피어난 산국과 애기를 나누고 있다.
내년 가을엔 어떤 모습의 꽃송이와 리본이 새로운 상면을 할까?
진부령 고개에서.
마지막 가는 여름을 장식하며 기다리던 백일홍 몇 송이가, 향로봉 향해 떠난 내가 늦어질까봐
다른 꽃들과 함께, 서쪽으로 기우는 햇살더러 더디가라 하고 있다.
하산 도중, 얼른 차 타고 내려와 제 뒤에 서 있는 줄도 모르고.
오랫만에 와 주어 반갑다며 화사한 웃음으로 하하 호호,
웃음 띤 얼굴, 입다물 줄 모르니 옆에서도 재잘 재잘.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을 다녀온 무거운 마음,
하루 종일 다물었던 입, 예 와서 널 만나 나도 따라 웃는다.
진부령부터 걸어 편도 4시간이 넘게 걸린, 향로봉을 다녀와 다시 한 번 바라본다.
정상 옆 흰 건물의 군 시설이 보인다.
전에, 미시령에서 진부령까지 8시간을 넘게 걸어와
백두대간 종주 마지막 이라며 대미를 장식하던 진부령 언덕 위에 다시 들려 봤다.
향로봉까지 가고 싶어하던 마음 하나가득 갖고서도, 이제야 찾아 올 수 밖에 없었다.
11월이면 또 문을 닫는다는 소문이 있던데. 이제라도 올 수 있는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내년에는 북쪽에서 육로를 개방 할 것도 같은데... 대통령은 걸어서 북쪽엘 다녀 왔는데..
백두산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날이 내 생전에 올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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