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정월 열 나흘.
저녁 먹을 시간이면 늘 졸립다는 오누, 밥 먹을 때마다 제대로 먹질 않고 무슨 핑계를 대도 댄다.
제 손으로 밥먹기 싫어 먹여주기 바라고 씹기 싫어 입에 넣고 마냥 우물댄다.
졸립다며 눈이 반쯤 감기기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잠 도망가게 하기 위함인 줄도 모르고 장난인 줄 알고 즐거워 한다.
저녁 시간을 이미 한 시간 앞 당겼어도 마찬가지. 요즘은 아예 혼자 일찌감치 먹인다.
다음 달이면 스포츠센터에 입단식이 있단다. 그곳에서 점심도 먹는다.
혼자서 신발 신고 벗기, 수영복 갈아 입기, 화장실 다녀오기... 뭐든 혼자 해야 한다.
추첨에 떨어졌으면 스스로 해야 하는 시기도 늦어질 뻔했으니 얼마나 잘 된 일인지. 그나 저나 잘 해 낼 수 있을런지...
삼십년 전,
오누 애비 어렸을 적,
일년 만에 젖을 떼고 밥을 먹이니 입에 밥을 넣어주면 씹지 않고 젖 빨아 먹듯 씹질않고 빠는 시늉을 한다.
밥 한 번 먹이려면 한 두시간 지나는건 보통이다. 보통 인내심 아니면 밥 한 번 먹이기 힘들었다.
지금 오누 나이 쯤 미술학원에 보내니 도시락 먹는 시간이 있어 비로서 혼자서도 잘 먹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