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구 재기- 상사화, 불여귀, 천방산

opal* 2008. 9. 15. 22:16

 

 

 

 

相思花

 

                                구 재기

 

내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지나는 바람과 마주하여
나뭇잎 하나 흔들리고

네 보이지 않는 모습에
내 가슴 온통 흔들리어

너 또한 흔들리라는 착각에
오늘도 나는 너를 생각할 뿐

정말로 내가 널 사랑하는 것은
내 가슴 속의 날 지우는 것이다.

 

 

 

*불여귀(不如歸)  

                                     구 재기  

고운 것은
제 본 모습으로
미움과 한 울음을 이룰 때
한 울음으로
온누리를 화안히 밝힐 때

머언 사람아
네 목소리 고웁게
어둠과 함께 밤을 새워
겨울숲의 한 울음으로
내 가슴을 밝혀주려무나

                                              * 소쩍새

                                                    

천방산(千房山)
 
                                                   구 재기

내 故鄕 舒川에는 唐나라 蘇定方 그 되놈이

우리 할아버지 할아버지들의 서울인 百濟의 泗泌城을 침략하다

장마비에 놀라 江을 건너지 못하고,

 

하룻밤 사이의 도적 염불을 위하여 하룻밤 동안

房이 千 칸이나 되는 큰 절을 지었다는 千房山이 있습니다.
그래, 우리 할아버지 할아버지들의 피를 갉아먹은 되놈들의 절을 받아

삼천리 坊坊曲曲 못된 중이란 중놈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밤마다 부처님은 등에 돌리고 鳩首會議에 열중하여

어여쁜 과부나 시악시만 골라 포대기로 둘둘 말아 훔쳐다가,

 

역시 훔쳐다가 쌓아 놓은 山海珍味로 뱃대기에 기름을 칠하고 지랄하였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하루는 부처님이 千房山 꼭대기에 가을바람을 맛보러 오셨다가

그걸 보시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하여 이 세상의 빈대란 빈대는 모조리 불러 들여

千房山 千 칸 방마다에 부리시어 중놈들의 피를 빨게 하시고,

 

우리의 할아버지 할아버지들의  魂을 달래주었습니다.
결국 지금에는 방 한 칸에 챗독 하나 들여 놓을까 말까하는 부엌 하나 있는 절이 되어 버렸고

 내 고향 초등학교 아이들의 소풍가는 장소로 되었는데,

 

소풍을 간 아이들 중의 하나는 언제든지 껍질만 남은 빈대를 만나보고,

또 부처님의 쓰디 쓴 웃음도 만나보곤 하였습니다.

 

 

 

 

丘在期 ( 1950~ )
1950년 2월 1일 충남 서천군 시초면 신곡리 출생
69. 02. 15 공주교육대학 졸업(6회)
83. 02. 25 숭전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88. 02. 02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국어교육전공) 졸업
69. 04. 01 이후 충남 및 대전에서 초등학교 교사
84. 08. 21 이후 충남 홍성군에서 중,고등학교 교사
78. 02. 00 [현대시학] 시 부문(전봉건 선생님 추천)추천 완료, 문단 데뷔
현재 [새여울시학회], [서안시문학회]회원
현재 한국문인협회 충청남도 지회장
현재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회원

상벌
96. 10. 09 건양대학교 총장상 수상 (한글공로 제96-2호)
00. 12. 20 모범공무원 수상 (제 0035061호, 국무총리)
82. 09. 12 제 2 회 충남문학상 수상
91. 10. 20 제 3 회 웅진문학상 수상
94. 12. 03 제 5 회 충청문학상 대상 수상 (시부문)
94. 12. 14 제 38 회 충청남도 문화상 수상 (문학부문)

주요저서
79. 10. 15 공저시집 『모음』(나태주, 권선옥, 대전 : 창학사)
83. 11. 30 제 1 시집 『자갈전답』(서울 : 명지사)
87. 08. 05 제 2 시집 『농업시편』(서울 : 도서출판 청하)
87. 08. 05 제 3 시집 『바람꽃』(서울 : 문학세계사)
90. 06. 10 제 4 시집 『아직도 머언 사람아』(대전 : 대교출판사)
92. 11. 25 제 5 시집 『삼십리 둑길』(대전 : 대교출판사)
92. 11. 30 제 6 시집 『둑길행』(서울 : 시와 시학사)
93. 05. 15 제 7 시집 『빈손으로 부는 바람』(서울 : 현음사)
95. 11. 20 제 8 시집 장시집 『들녘으로 부는 바람(장시집)』(대전 : 대교출판사)
98. 10. CD시집 『겨울은 옷을 벗지 않는다』(서울 : 현대시사)
99. 10. 20 제 9 시집 시집 『콩밭 빈자리』(대전 : 대교출판사)
88. 02. 00 논저 『李陸史 時의 硏究』(석사학위논문)
95. 12. 15 공저 『洪城의 傳說과 孝烈』(대전 : 대교출판사)
01. 09. 20 기행문집 『홍성의 문화 역사 기행』(상) (대전 : 대교출판사)
CD 시집 『겨울은 옷을 벗지 않는다』

기타저서 및 미발표 작품  
정말로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내 가슴속의 널 지우는 것이다
사랑
생각의 샘
마른 씨앗이 싹을 틔운다
천방산에 오르다가
막내의 잠은 아름답다
강물
아가의 별
솔숲에 이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