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이 해인- 봉숭아, 치자꽃 향기 속에, 여름일기, 용서의 꽃.

opal* 2008. 7. 7. 10:29

 

 

봉숭아

                                    

                                   이 해인
 
한여름 내내
태양을 업고
너만 생각했다


이별도 간절한 기도임을
처음 알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잊어야 할까


내가 너의 마음 진하게
물들일 수 있다면
네 혼에 불을 놓는
꽃잎일 수 있다면


나는
숨어서도 눈부시게
행복한 거다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이 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 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 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 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여름 일기1

 

                              이 해인

 

여름엔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매일을 가꾸며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 번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에 가서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 온
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디어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 가는 법을 배워 오고 싶다


 

용서의 꽃

                    이 해인

당신을 용서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용서하지 않은
나 자신을 용서하기
힘든 날이 있습니다


무어라고 변명조차 할 수 없는
나의 부끄러움을 대신해
오늘은 당신께
고운 꽃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토록 모진 말로
나를 아프게 한 당신을
미워하는 동안


내 마음의 잿빛 하늘엔
평화의 구름 한 점 뜨지 않아
몹시 괴로웠습니다


이젠 당신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참 이기적이지요?

나를 바로 보게 도와준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아직은 용기 없어
이렇게 꽃다발로 대신하는
내 마음을 받아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