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서 봉석
그냥, 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희구나
아니라고 하기에도 너무 밝아
길머리마다 새날고 꺼내 놓기에
제몫의 겨울을 알뜰하게 써 버린 뒤
비로소 피어나는 순백한 영혼이여
지난해에 지녀 못한 말 아직도 남았는가
막 이별하고 가는 바람 따라 가며
불리는 향기
잎 지면 벌써 꽃 피고 싶어지는 미련을
연비로 셈 치는 사랑이면 넉넉하지
세월조차 넋 서리치는 번뇌의 한 모서리
봄인가 목련이여!
해탈인가 목련이여!
꿈은 생시로 깨어 들지 못하고
생시는 꿈으로 감겨들지 못하니
그늘 쓸어낸 툇마루처럼
그리움은 꽃 속조차 밝히든가
아침에도 저녁에도
눈 마주치게 되는 바람머리마다
빗질로 오시는 이의 손금없는 섬섬옥수
목련꽃이 아침으로 핀다.
벌과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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