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이 해인 - 유월의 장미, 유월엔 내가, 잎사귀 명상, 잘못된 관계.

opal* 2008. 6. 11. 19:15

 

 

六月엔 내가

                              이 해인

  숲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六月

六月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 없는 山香氣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生命을 향해

하얗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六月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山기슭에 엎디어

 찬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잎사귀 명상

                            이 해인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잎맥의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시(詩)가 되어 살아온다

둥글게 길쭉하게
뾰족하게 넓적하게

내가 사귄 사람들의
서로 다른 얼굴이
나무 위에서 웃고 있다

마주나기잎
어긋나기잎
돌려나기잎
무리지어나기잎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운명이
삶의 나무 위에 무성하다

 

 

6월의 장미

 

                                      이 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 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 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 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 내 행복하십시오 라고.

 

 

잘못된 관계

 

                                  이 해인

 

한 번 넘어져서 뼈들이

서로 어긋나니

정확히 맞추기가 힘이 들고

제 자리로 돌아오려면

시간과 공간이 많이 드네

 

사람과의 관게도 한 번 어긋나면

다시 맞추기 꽤나 힘들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려면

시간과 정성이

아주 많이 들어야 하고...

그러니 처음부터 잘 해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