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온 문자, 문장이 길어 두 화면에 담겨져 날아 왔다.
"복수 한우 마을과 온천 갑니다, ㅅㄷ 역에서 탈 사람은 4번 출구로 아침 8시까지,
ㅅㄹ 역에서 탈 사람은 7시 50분까지 1번 출구 앞으로 오세요."
온천 간다는 말에, 친구들 만나 밥이나 먹고 먼저 올까하고 위치 물으니 금산 이란다.
'가까운 곳이면 혼자 일찍 올까 했더니 먼저 올 수도 없겠군.' 혼자 중얼 중얼.
갈까 말까? 가는 곳이 썩 마음 내키지 않지만 일찌감치 서둘러 나섰다.
친구들 얼굴보러 나섰지만, 빠질 수 없는 이유가 또 있다,
늘 화요일에 만나오던 것을 화요일에 산행이 있어 '요일을 바꿔 달라' 했기 때문이다.
요일마다 각자의 스케쥴이 다 달라 요일을 바꾸기까지 서너 달 동안 진통을 겪었다.
집 나서니 눈 내리며 발자국이 살짝 살짝 생긴다.
전철 안, 어디서 내릴까 생각하다 한 친구에게 전화하니 먼저 타는 장소로 나갈 생각이란다.
어디냐 묻기에 환승역 이라 했더니 너무 이르지 않느냔다. 약속시간 30분 전 도착하여 기다리니 한 친구 나와
"추운 날씨 길에서 만나는데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 "
"넌 왜 벌써 나오는데?" 반문하니 "추운데 너 혼자 일찍와 기다릴 것 같아 얼른 나왔지."
마음을 헤아려줄 줄 아는 고마운 친구가 있어 행복한 아침, 작은 배려에도 받는 행복감은 이렇게 크다.
11인승 차가 와 4명 태우고 다음 역으로 이동, 눈이 펄 펄 내리니 친구들 기분 좋다며 웃음꽃 피워 낸다.
"길 미끄러운 건 생각 안하고?" 물으니 "그건 기사님이 신경 쓰실 일이고, 서울에서 눈 처음 보잖아."
산에 다니며 많은 눈을 본 잣대로 재고 있는 자신을 잠시 엿본다.
다음역에서 나머지 친구들 태워 중부 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으로 이동, 대형 버스에 옮겨 탔다.
큰 차에 타고온 사람들 군데 군데 앉아 있고 우리팀 올라타니 좌석 반 정도 채워 졌다.
차가 남쪽을 향해 달리니 통통하게 생긴 여자 안내인 마이크 잡고 자신 소개 후 하루 일정 얘기 한다.
"오늘 회비는 만원 이구유, 회비가 싼 대신 패키지 상품이 두 곳 있겠습니다."
볼륨 높힌 음악으로 차 내를 시끄러운 분위기로 만들더니 노래도 시켜가며 사람 들뜨게 만든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거래?" 옆에 앉은 친구에게 물으니
"나도 몰라 총무가 어디서 듣고 가자고 한 것 같애."
약속된 날이라 나온 건데 안내인 말을 듣고 나서야 하루 일정을 알게 된다.
차는 고속도로를 벗어나 충남에서 제일 높은 서대산 아래 좁은 도로를 저속으로 달린다.
서대산 산행하던 기억이 떠올라 옆자리 친구와의 대화가 서대산으로 바뀌며
DD 고려 인삼 주식회사 마당에 차가 멈춘다.
건물 안으로 안내되어 자리에 앉으니 전직 씨름선수 들어와 자신이 이 회사 부사장이라며 인사만 하고 나간다.
회사 관계자 들어와 제품에 대한 끝없는 설명 후 여직원들 들어와 구매하기를 부추긴다.
백삼, 홍삼, 흑삼에 대한 구별법에서 효능까지, 몸에 좋다는 얘기 듣다보면 솔깃해져 구매욕이 생기게 되나
사겠다는 사람 별로 없으니 덤으로 준다며 작은 박스 두 개 올려 논다, 그래도 반응 없으니 몇 박스 더.
얼마 전에 친구한테 들은 말이 떠오른다.
60대 남자 동창생 삼십 여명이 인삼 회사에 가며 "난 절대로 안 산다" 하고 갔던 친구들이 나올 땐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들 물건을 들고 나왔는데 그것도 개인용이 아닌 가족용을 들고 나오니
버스기사님 얼굴 환해져 "오늘은 전국 어디라도 모셔다 드릴테니 어디든 말씀만 하십시요." 했단다.
행선지를 미리 알았다 해도 마찬가지였겠지만 가뜩이나 사전 정보없이 갔으니 살 리가 없다.
홍보직원 말대로 만병 예방에 다 좋다면 병원에 환자가 없어야 되지 않을까?
인삼회사를 나와 한우마을로 이동하니 우리가 가는 집 앞엔 관광버스들이 즐비하다.
우리가 안내된 집은 암소만을 취급한다는데 암소는 전에 한우 인지 조차 알지 못하나
말 그대로 고기 마을이다. 정육점에서 대형 음식점을 차려 놓고 시식후 고기를 사게 만드는 상술,
집 하나 하나가 자리를 넓게 차지하고 있으니 온 동네가 다 음식점 같다.
식사로 제공해 준 고기는 불고기 전골, 우리 팀은 따로 꽃등심 구입하여 구워 먹으니 맛이 좋다.
식사 후 고기 구입, 고깃집에 가는 일정은 알고 나왔으니 모두들 봉지 봉지 챙긴다.
뒀다 구정 때 먹겠다며 큰 보따리 준비한 친구도 있지만 욕심없이 꽃등심과 국거리 댓근 샀다.
다 팔리고 없다던 꽃등심, 새로 꺼내 잘라주는 한 근(600g) 가격 \38,000 , 양지나 사태는 \15,000.
요즘은 살림을 며늘이 하고 있어 가격이 싼 것인지 비싼건지 잘 모르지만, 바로 어제
손자가 다니는 유아원에서 신체 검사를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어린애들은 고기 많이 먹여도 괜찮다고 했단다.
'빨리 빨리' 재촉에 차에 오르니 이번엔 약품회사, 고속도로 옆 전통있는 유명 회사 마당에 차가 멈췄다.
홍보직원의 언변에 고개를 끄떡이는 사람들, 나이를 먹다 보니 여기 저기 아픈 곳이 많다는 반응이다.
먼저 들린 인삼 회사에선 안 사더니 이곳에선 구입하는 친구가 있다.
평소에 무릎이 아파 걸음 걷기 힘들어 하던 친구 둘이 가족용을 사서 나눈다.
홍보 설명 듣고 보니 식구들에게도 해당 사항이 많단다, 남편은 어떻고 자신은 어디가 어떻고...
이번엔 근처에 있는 온천으로, 대형 찜질방 건물과 Set로 넓은 터에 자리잡고 있다.
친구들 온천욕 시간에 대비한 책 한 권 들고 휴게실로 들어가 몇 줄 읽다 생각을 바꿔 찜질방으로 옮겼다.
뜨끈한 황토방에서 잠시 눈 붙인 후 일어나 땀 흘린 머리 감고 나와 차에 오른다.
귀가행 차에 오르니 차 안은 다시 신명?나는 각설이 타령부터 보여 주더니...
"오늘 기사님 버신 돈도 없는데 조금씩만 보태 드립시다." 멘트 끝낸 안내자 주머니 벌리며 덤빈다.
다른 지역에서 온 한 여인 거부의 몸짓으로 무반응이다, 그런 일은 해외 여행 때도 본 적 있다.
홍삼 사탕 두 알씩 나누어 준 후 "저에게도 좀 도움을... " 안내자 여인 이번엔 자기 차례라며
사탕 한 봉지씩 떠 안긴 후 희망자 손들게 하여 또 노래 시킨다.
회비는 만원이라 해놓고 이것 저것 명목붙여 더 받는다, 아예 처음에 다 받아도 될텐데...
만원 한 장으로 왕복 차비와 한끼 식사, 온천욕 비용으로 부족함은 누구나 다 알테니까
우리 팀 회원은 월 회비만 내면 나머지는 총무가 알아서 할 일이다.
며늘의 직장생활로 집에서 손자 뒷바라지 하다 이 모임에만 나오는 친구,
"하루 일정 내용은 둘째 치고 일단 콧바람 쐬러 나오니 좋긴 좋다." 며 묻는다.
"나? 나야 산행을 자주하니 다르지~ ", 같은 장소에 다녀오지만 생각은 다르다.
산행 시작 후부터는 관광으로 다니는 것엔 흥미가 감소 되어 테마가 없으면 잘 나가지 않는다.
어둠 깔린 시간 집 도착하니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 발자국이 더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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