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族 寫眞

원우의 신청곡

opal* 2009. 1. 30. 15:23

 

유아원에 다녀온 원우, 

엄마가 저녁식사 준비하는 시간은 언제나 할미와 노는 시간이다.

로봇 놀이가 주류를 이루고 어떤 날은 축구, 블럭쌓기, 천자문 카드, 칼싸움, 숨바꼭질...  놀이도 다양하다.

원우가 싫어하는 장난감도 있다. 이번 명절에 이모부가 커다란 인형을 사주셨다가 퇴짜를 맞으셨다.

 

놀다말고 느닷없이 할미를 부른다. 

"할머니이~

꽈과광~ 하는 것 좀 들려 주세요"

"꽈과광이 뭔데?"

"있잖아요, 만화에서 나오는거요, 근데 쬐곰 무서운거요."

"조금 무서운 것? 그게 뭔데 우리 원우가 무서워할까? 할머니는 잘 모르겠는데?"

"아니요, 많이 무섭지는 않구요, 아주 쪼끔 무서워요,"

"그래?"

 

할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얼른 알아듣질 못하니 몸짓 발짓하며 흥얼 거린다.

듣고보니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다.

이 음악 나올 때의 장면이 잠깐 마음 조이며 보는 내용이라 무섭다고 표현을 한 것이다.

 

'아니 얘가 어느새 이곡이 귀에 익었단 말인가?'

얼른 찾아 들려 주니 맞는단다. 화들짝 놀라는 표정으로

"원우야 네가 이곡을 어떻게 알아?"

"미키마우스 있잖아요, 거기서 나와요."

"그래? 원우 참 똑똑하구나~"

 

"원우야 이건 아주 참 좋은 음악인데, 베토벤이란 사람이 곡을 만든거거든?

베토벤이 만든 교향곡 중에 '제 5번 운명 교향곡'이라고 하는데, 너는 잘 모르니까

다음부터는 그냥 '5번' 들려 주세요 해, 그러면 할머니가 얼른 알아 들을께"

 

한 곡이 끝난 후 다른 곡이 이어져 들리니

"할머니 5번 다시 들려주세요." 한다.

 

'다시 듣기' 방법을 가르쳐 주니 혼자서 반복해 듣는다. 

저녁 밥을  먹다 말고도 음악이 끝나면 얼른 되돌려 논다.  

 

밥을 먹은 후엔 자연히 옛날 이야기 시간이 되어 버렸다. 

'원우야 예전에는 말이야,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결혼하기 전엔

이런 음악을 지금처럼 맘대로 못들었다, 옛날엔 TV도 없고 라디오 하나만 있었는데

이런 음악 듣고 싶을 때는 '음악 다방'이란 데를 가서 돈을 주고 차를 마셔가며 들었거든?"

... 어쩌구 저쩌구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고는 있으나, 

과연 이해 할 수 있을라나? 듣도 보도 못한 상상도 안되는 그 시절을?

 

"할아버지 할머니 다녀 오겠습니다."

"밤 운전 조심하고, 피곤하지 않게 다녀 오너라"

"오늘 저녁엔 안 타고 내일과 모레 타고 올꺼에요."

아범 퇴근하고 와 세 식구 이것 저것 챙겨 스키장으로 향한다.

 

이번 설 명절의 원우

한복을 입혀 놓으니 무척 어른스러워 보인다.

이모부가 사주신 인형이 싫다며 교환해온  고릴라 로봇.

 

로봇 하나가 여러가지의 다른 모양으로 변하고, 여러가지가 하나로 변신 할 수 있는 로봇을 제일 좋아 한다.

 

가지고 있는 로봇의 종류가 다양하고 많건만.. 여전히 로봇을 제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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