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이 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 봄의 봉투를 열면
그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인연의 잎사귀
이 해인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묻혀지고
잊혀진다 하더라도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언젠가 내가 바람편에라도
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입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그대와의 사랑,
그 추억만은 고스란히 남겨두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까닭입니다.
두고 두고 떠올리며
소식 알고픈 단 하나의 사람 ...
내 삶에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 남겨준 사람...
슬픔에서 벗어나야
슬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듯
그대에게서 벗어나 나 이제
그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아네...
처음부터 많이도 달랐지만
많이도 같았던 차마 잊지 못할
내 소중한 인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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