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이 해인 - 3월에, 인연의 잎사귀.

opal* 2009. 3. 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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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이 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 봄의 봉투를 열면

그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인연의 잎사귀

 

                                     이 해인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묻혀지고

잊혀진다 하더라도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언젠가 내가 바람편에라도

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입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그대와의 사랑,

그 추억만은 고스란히 남겨두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까닭입니다.

 

두고 두고 떠올리며

소식 알고픈 단 하나의 사람 ...

 

내 삶에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 남겨준 사람...

 

슬픔에서 벗어나야

슬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듯

그대에게서 벗어나 나 이제

그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아네...

 

처음부터 많이도 달랐지만

많이도 같았던 차마 잊지 못할

내 소중한 인연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