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목 필균 - 10월의 어느 날에, 10월의 시, 10월 어느 날

opal* 2010. 10. 20. 10:50

 

 

10월 어느 날에

 

                                              목 필균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인기척인가?
돌아보니 텅빈 그림자
 
행간없이 밀려드는 그리움
바람타고 서늘하게 흔들리는데 
 
기억 속에 너는 스무살이고

마주하지 못한 난
어느 새 지천명을 넘어섰네
 
보고싶다 말 감추고
그렇게 하루를 서성거리는
시월 어느 날
눈부시게 피어난 들국화
마른 풀숲에서 하늘거린다

 

 

 

10월의 시

 

                                            목 필균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넘 길었다고

회색 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 바람 속에서 서 있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 아느냐고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도 반가울 10월을 위해

내가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10월 어느 날

 

                                          필균

 

 

세월은 내게 묻는다
사랑을 믿느냐고

뜨거웠던 커피가 담긴 찻잔처럼
뜨거웠던 기억이 담긴 내게 묻는다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이
렌지 위에 찻물로 끓는 밤
빗소리는 어둠을 더 짙게 덮고 있다

창 밖에 서성이는 가을이 묻는다
지난 여름을 믿느냐고

김삿갓 계곡을 따라가던 물봉숭아
꽃잎새 지금쯤 다 졌을텐데

식어진 사랑도
지난 여름도
묻는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기울어진 가을 밤
부질없는 그리움이
째각째각 초침소리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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