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어느 날에
목 필균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인기척인가?
돌아보니 텅빈 그림자
행간없이 밀려드는 그리움
바람타고 서늘하게 흔들리는데
기억 속에 너는 스무살이고
마주하지 못한 난
어느 새 지천명을 넘어섰네
보고싶다 말 감추고
그렇게 하루를 서성거리는
시월 어느 날
눈부시게 피어난 들국화
마른 풀숲에서 하늘거린다
10월의 시
목 필균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넘 길었다고
회색 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 바람 속에서 서 있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 아느냐고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도 반가울 10월을 위해
내가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10월 어느 날
목 필균
세월은 내게 묻는다
사랑을 믿느냐고
뜨거웠던 커피가 담긴 찻잔처럼
뜨거웠던 기억이 담긴 내게 묻는다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이
렌지 위에 찻물로 끓는 밤
빗소리는 어둠을 더 짙게 덮고 있다
창 밖에 서성이는 가을이 묻는다
지난 여름을 믿느냐고
김삿갓 계곡을 따라가던 물봉숭아
꽃잎새 지금쯤 다 졌을텐데
식어진 사랑도
지난 여름도
묻는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기울어진 가을 밤
부질없는 그리움이
째각째각 초침소리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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