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여행

2012년 종산제, 강화도 마니산

opal* 2012. 12. 11. 22:29

 

돔악골 도착하니 파도로 밀려왔던 바닷물이 모래 사이에 그대로 얼어 븥었다. 소금물이라 짜서 안 얼 줄 알았는데..

산행 안 할 사람들은 버스에 남고, 정수사 근처를 들머리 잡아 일행들 올라가고, 

뒤돌아 나오며 함허동천 입구에서 혼자 내려 산행 시작,

화도쪽을 들머리 잡아 계단로나 단군로에서 산행 시작하여 함허동천이나 정수사 쪽으로 하산한 적은 많지만,

함허동천 쪽에서 산행시작하기는 처음이다, 더군다나 1월 1일 새해맞이 산행 외엔 겨울 산행이 처음이다. 

 

계곡로와 능선로 중에서 일부러 능선길을 택했다, 여름 같으면 나뭇잎 우거진 계곡로가 좋겠지만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 있고, 조망이 없는 것이 싫어 능선로를 택해 혼자 오른다.

삭막한 분위기를 보여주기 싫었는지 눈이 쌓여 겨울산행 맛을 보여주니 혼자 걸어도 심심치가 않다.

이런 맛을 아느지 모르는지 차에 남아 있던 일행들은 "언니 어떡할라고 혼자 가세요?" 걱정스럽단다.

 

한참을 오른 후 가파른 곳에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옆에 매인 밧줄을 잡으며 고도를 높인다.

지난 주 산행 땐 능선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 와 얼굴이 얼어 힘들었든데,

지난주 보다 기온이 더 낮아 손이 시려우나 바람이 불지 않으니 얼마나 상큼하고 좋은 날씨인지... 

 

좋은 날씨주신 자연에게 감사하며 가파른 오르막을 한 발 한 발 올려 놓는데도 크게 힘들지 않다. 

혼자 걷는 발걸음은 남과 비교되지 않고 나만의 속도를 유지시키니 빠른 건지 느린 건지 그저 편안하기만 하다.

 

먼저 산행 시작한 일행들이 보일까하여 조망 좋은 바위에서 암릉을 바라보니 사람들은 안보이고 소리만 간간히 바람결에 들려온다. 

까마득하게만 보이던 봉우리를 거의 다 오르니 계단이 보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조망 좋은 계단 중간에 서서 숨을 돌리니 정수사 쪽에서 걸어오는 선두그룹이 아래에 보인다.

거리가 약간 짧은 함허동천 코스를 선택한 내가 먼저 도착한 것이다.

 

"언니 왜 전화를 안받었어요? 옥 ㅅ씨가 언니한테 전화 했는데 안받으신다 전하라고 했어요."

"그러지 않아도 전화 소리가 들려 메고 있던 가방 내려 전화기 꺼내니 소리가 끊어지던데?"

"화도쪽으로 내려 가라던 코스가 바뀌어 함허동천 쪽으로 하산 하래요."

"왜?"

"식당이 함허동천 쪽에서 가깝대요."

"그럼 난 올라왔던 길로 도로 내려가야겠네?"

"그럼 누님은 재미 없게 생기셨네요?"

"아녜요, 그래도 난 괜찮아요, 여기야 자주 오던 곳이라 어느 코스로 걷던 관계 없어요."

 

사과 두 개를 네 등분으로 잘라 반쪽을 주기에 먹고 있는 중인데 "이젠 또 출발 함시다." 한다. 

"난 이제 반 먹었는데 벌써? 그래요 먼저들 가세요."

먹던 사과 다 먹고나니 중간 그룹이 올라와 함께 계단을 다 올라 바위능선으로 올라섰다.

 

앞을 보니 정상 봉우리가 또 까마득하게 보인다. "아니 여기오면 거의 다 온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네?"

암릉에 바람이 몰아쳐 눈이 다 날아갔으려니 했더니 구석 구석에 눈이 그대로 쌓여있어 아이젠을 신었어도 미끄러 진다.

"정상까지 1.1 Km라고 쓰여진 팻말 본지가 언젠데 아직도 저렇게 멀리 보인담?" 혼잣말 중얼거리듯 하며

높은 바위를 올라 갈 땐 대장들이 발을 받쳐 주거나 위에서 잡아 끌어주어 편안하게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상에 올라 인증 샷 남기고 돌아서려니 조금은 아쉽다. 참성단으로 해서 단군로 쪽으로 하산하려했던 것인데...

오늘 종산제 행사가 있어 일부러 가깝고 산행 길이 짧은 곳을 택했던 것이기에 빨리 하산을 해야 한다.

 

전에도 여러번 다니고 방금 지나온 암릉이라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질 않는다.

암릉에선 아이젠도 불편하고 스틱도 미끄러져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다.

그러잖아도 옛날 생각이 떠올라 애기를 해주었다.

 

"20 여년 전 봄, 이곳을 처음 왔을 땐 지금처럼 바위에 위험 라인 노란 표시나 칠선교 같은 다리, 더군다나 밧줄 난간도 없던 시절, 

나는 바위와 바위 사이를 겁없이 깡총 깡총 뛰어 건너 다녔는데  불과 몇 년 선배인 50 대 여인들은 무섭다며 바위를 뛰어건너질 못하고

앉아서 뭉기적거리며 걷던 일이 있었는데 지금의 내가 그 때 그여인들 같다" 고 했더니 

'아유 지금 누님 연세면 훨씬 잘 걸으시는거죠~"

다른 계절같으면 더 잘 다닐 수 있겠는데 바위에 눈이 있어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다. 

 

 

 

 

 

 

많은이의 사랑을 받는 이보다 많은 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훨씬 행복하니라. 

(A person who loves many people is happier than one who is loved by th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