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여행

여섯번째 오른 한라산(1950m)

opal* 2014. 2. 23. 22:30

 

(사진 클릭하면 조금 더 크게 볼 수 있음)

언제부턴가 모르게 설악이나 지리, 한라산 등 높은산 오를 땐 "과연 정상까지 오를 수 있을까?" 하는 화두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다 정상에 오르고 나면 '이번에도 해냈다'는 성취감에 더 큰 희열을 느낀다. 

 

병상에서 일어나 2004년 산행시작, 그해 년말 이순의 나이에 생애 처음 한라산을 올랐고, 그리고 4년 후(2008) 한 번,

다시 1년 후(2009) 두 번, 다섯번 째 오른 3년 전(2011)엔 남쪽 돈내코 코스로 진달래 산행, 그리고 3년이 흘렀다.

 

'산행 시작한지 어느덧 10년, 여섯 번째 오르는 한라산, 다녀온지도 오래 되었는데 과연 종주 할 수 있을까?

피겨 여왕 김 연아가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 치른 후 선수생활 은퇴하듯 나도 박수 칠때 떠나야 하는건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만감이 교차하지만 올라가다 내려 오더라도 '일단 부딪쳐 보자' 마음 굳히며 출발한다,

 

성판악 코스로 5년 만에 다시 와보니 안내판들이 모두 산뜻하게 바뀌었다.

생각보다 포근한 날씨로 눈이 녹으며 다져져 아이젠 앞 바닥에 달라붙는 눈덩이에 발목이 더 꺾인다. 

가뜩이나 오르막에 뒷꿈치보다 발바닥 앞쪽이 더 높으니 힘은 몇 배 더 들어도 걸음은 속도가 나질 않는다.  

"뽈레(천천히) 뽈레"를 외치며 힘들게 오르던 킬리만자로 트레킹이 떠오른다. 

 

'한라산 산행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 이번엔 꼭 올라가야지' 하면서도, 또 한 편으론

 '진달래 대피소에서 "시간 늦었으니 되돌아 가라"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일단 올라가며 되는대로 하자.'  

 

눈 속에 묻힌 안내판과 진달래 대피소 안내실.

진달래 대피소에서 되돌아 내려가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막상 대피소 도착하니 마음이 달라진다.

시간이 촉박하여 휴식은 커녕 화장실 조차 못들리고 얼른 통과부터 하는 자신이 우습다.

 

햇볕드는 쪽은 눈이 녹아 떨어지고, 음지쪽엔 그대로 얼어 붙은 눈, 

고도가 높아지며 경사가 급해 몇 발작 걷다 쉬기를 반복, 과년한 딸 데리고온 어떤 여인은 아예 눈 위에 떨썩 주저앉는다.  

 

허리 높이의 경계줄과 기둥, 안내판이 눈 속에 모두 묻힌걸 사람들이 눈을 치워 놓았다. 

 

한라산 정상엔 쌓인 눈이 허벅지 높이. 다져진 발자국 외엔 발 한 번 잘못 딛으면 더 깊이 빠진다.

 

눈 덮인 계단 오르며 보니 발 딛을 자리 조차 없을 정도로 정상을 꽉 메꾸고 있는 사람들,

정상 도착하는 동안 많은이들은 내려가고, ... 시간 되었다며 빨리 내려가라는 방송이 계속 들린다. 

진달래 대피소에선 12:00 까지만 들여 보내고, 정상에선 13:30 엔 다 내려가야 한다.

 

구름 속에서 햇님이 잠시 나타나 백록담을 살짝 보여 주시어 얼마나 감사한지...

시간이 촉박하여 진달래 대피소엔 들리지도 못하고, 나눠준 발열 도시락은 먹기는 커녕 배낭에서 꺼내지도 못한 채 

하산을 서두른다.  행동식으로 겨우 허기만 면하고 있으니 한라산 산행 여섯 번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기상변화 심한 고산답게 검은 구름이 몰려 다니며 백록담을 수시로 감추다 보여주다를 반복하고 있다.  

 

백록담을 배경으로 서 보았으나 구름이 끼어 금방 백록담은 안보이고...  허리높이까지 쌓인 눈 속으로 만들어진 등산로. 

 

나무를 덮은 눈은 얼어 붙어 한 번 떨어지면 큰 얼음 덩이가 떨어지며 얼음 깨지는 소리도 크다.

 

하산하며 돌아본 백록담. 큰 덩이의 안개 구름이 정상 주변을 맴돌고, 시야를 가리며  멋진 풍광을 보여주다 말다 한다.

 

관음사쪽으로 하산 중 용진각 다리에서 바라본 한 폭의 수묵화. 멀리 있는 봉우리는 구름에 가려지고 하늘의 해만 동그랗게 살짝 보인다.

삼각봉 대피소에서 올려다 보이는 멋진 삼각봉은 구름에 가려 아예 흔적조차 볼 수 없었다.  

 

중국발 초미세 먼지 영향은 있지만 날씨는 쾌청했고, 겨울옷으로 중무장한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생각 외로 포근한 날씨,

들머리 성판악부터 정상(9.6Km) 거쳐 날머리 관음사 입구(8.7Km)까지 윈드자켓을 한 번도 걸치지 않았다

많은 눈으로 오를 때 힘들어 9시간 정도 예상 했는데 내려올 땐 오히려 도움이 되어 8시간 소요.(09:00 ~ 17:00)

하산 때의 많은 눈은 가파른 곳에선 저절로 미끄러지고, 완만한 곳에선 돌을 덮어 완충제 역할을 하니 발이 훨씬 편하다.

 

남한에서 제일 높은 한라산(1950m), 아무 탈없이 무사히 마친 여섯번 째 산행(18.3Km, 8시간)에 오늘도 감사 드리는 하루.     

 


*   *   *   *   *

제주에서 돌아온 다음날 아침 뉴스 들으니 내 다녀온 날은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날이었는지...


< - - - 오전 8시 현재 짙게 낀 안개 탓에 김포공항 주변 시계(視界)가 50m에 불과해

 '저시정 경보'가 내려졌다. 이로 인해 오전 7시 제주행 아시아나 8901편을 시작으로

오전 9시 현재 김포공항 출·도착 국내선과 국제선 등 모든 항공편의 이착륙이 취소됐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김포공항에서 항공편을 이용하려던 고객들은 공항 내에서 장시간 대기 중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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