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그림 작품은 화가 서화님의 허락하에 사용함을 알립니다.
삼월의 산은 수다스럽다
박병금
연둣빛 환생을 꿈꾸는 삼월은
참나무 삭정이도 입을 열게 한다
황사 바람 목을 죄어와도
이랑이랑 넘치는 햇살에
매화꽃 조근조근 말을 건네오면
산수유꽃 기다렸다는 듯
노란 수술 터뜨리며 향긋한 소리로 화답한다
웃자란 억새 사이 연분홍 진달래
슬며시 고개 내밀면
춘심에 물오른 아낙네
도시락 싸들고 오르는 길섶마다
하얀 조팝나무꽃 사방에서 수런거린다
내 혈관 우듬지마다 환장하게 봄물 출렁거리는
삼월, 삼월의 산은
나물 캐는 아낙네보다
산을 오르내리는 인파의 행렬보다 더
수다스럽다
3월, 그리고 봄비
박병금
수직으로 내려긋는 저 씨줄
씨줄을 조용히 날줄로 받아내는
시속 200km 고속열차의 유리창에
꼬리 달린 올챙이가 살랑살랑 헤엄쳐 간다
싸늘한 정적 속 미로에 몸을 틀어도
뒤틀린 몸은 3월의 숲이 되어
가지마다 배냇짓 하는 아가의 미소
굳게 닫힌 고목의 문을 열고 은빛 물방울
환생의 목젖을 축인다
서서히 들려오는 심장 박동 소리
내 속에 잠복해 있던 슬픔들이
우루루 뛰쳐나가 봄의 소리를 읽는다
땅속에선 밭이랑 두엄마다
젖 빠는 아가의 색색이는 숨소리
뾰족한 가지 끝 만개한 벚꽃 터널을 헤치고
봄밤 만삭의 몸으로
몸을 푸는 열차의 신음 소리를 듣는다
허수아비
박병금
저문들녁
피를 말리는 그리움에도
내 떠나지 못함은
그대와 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거기 묻어두었기 때문이다
1960년 경남 김해 출생,
월간 문학세계 시부문 등단, 부산문인협회,
부산여성문학인회, 강서문학회원,
시집 '세상읽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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