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 겠다. 김장호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그 외로운 봉우리와 하늘로 가야겠다. 묵직한 등산화 한 켤레와 피켈과 바람의 노래와 흔들리는 자일만 있으면 그만이다. 산허리에 깔리는 노을, 또는 동트는 잿빛 아침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혹은 거칠게, 혹은 맑게, 내가 싫다고는 말 못할 그런 목소리로 저 바람 소리가 나를 부른다. 흰 구름 떠도는 바람 부는 날이면 된다. 그리고 눈보라 속에 오히려 따스한 천막 한 동과 발에 맞는 아이젠, 담배 한 가치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떠돌이의 신세로. 칼날 같은 바람이 부는 곳, 들새가 가는 길, 표범이 가는 길을 나도 가야겠다. 껄껄대는 산사나이의 신나는 이야기와 그리고 기나긴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