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먹은 나뭇잎 이 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의 잎에 벌레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릅답다 구 름 이 생진 열 두시 넘어서야 구름이 모여 든다 어디 있다가 이제 오나 구름은 말 않는 자유 북한산 머리와 오봉산 머리에도 구름 만경대를 넘어가는 조용한 자유 가난한 이삿짐 같다 바다로 가는 길 이 생진 돈을 모았다 바다를 보러간다 상인들이 보면 흉 볼 것 같아서 숨어서 간다 바다에 오는 이유 이 생진 누구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모두 버리러 왔다 몇 점의 가구와 한쪽으로 기울어진 인장과 내 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