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막내의 엄마사랑

opal* 2006. 9. 13. 09:44

 

 


2006년 9월13일

 

'유관순 누나'가 독립만세를 외치던 시절, 7남매 중 고명딸로 태어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일제 치하에서도 쌀밥을 들고가

이웃집의 좁쌀죽과 바꿔먹을 정도로 어려움을 모르고 살다 결혼한 엄마.

 

위로 둘은 어려서 죽고 이어 여섯남매를 낳아 기르시며  

젊은 나이에 위장병으로 고생하다 사십이 넘어 원치않던 임신.

 

낙태수술을 모르던 시절일뿐더러 몸이 약해져 임신중절 시술도 할 수 없었던 엄마.

어떻게 하면 뱃속의 아기가 떨어질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을 택하다 석유(등유)까지 마셔 본 엄마.

 

마흔 두살의 노령 출산,

차라리 죽었으면하고 탯줄 끊자마자 아기를 방 윗목으로 쓰윽 밀어 놓았다.

(비정한 엄마라서가 아닌 그 시대의 모습이다.) 

 

아가는 배고프다며 응애 응애 울어대나 몸이 허약한 엄마는 젖이 나오질 않았다.

몸이 쇠약해진 상태에서의 출산이라 지칠대로 지친 엄마는 아가에게 관심을 쏟을 수가 없었다.

 

아가들이 먹을 수 있는 우유가 흔치 않던 시절, 무쇠 솥의 밥이 끓으면

열다섯 살 더 많은 아가의 언니가 먼저 미음을 떠서 설탕을 살짝 넣어

작은 수저로 아가의 작은 입에 밥물을 흘려 넣어주었다.

아가는 밥을 먹을 수 있을 때까지 늘 배고파 했다.

 

그랬던 아가가 지금 엄마 옆에서 잠깐 잠들어 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막내다.

 

엄마는 왼쪽 팔과 다리를 전혀 움직이질 못하고, 혀에도 마비가 와

발음이 정확치 않은데도 가장 먼저 알아듣는 자식이 막내다.

 

엄마의 뇌경색 발병 열흘이 되었다.

(7년 전 아버지는 쓰러지신지 열흘 만에 운명을 달리 하셨다.)

 

의료진의 좋은 의술과 효과 좋은 약 처방이 있기도 하지만

간병인 마다하고, 늘 엄마 곁에서 볼에 뽀뽀해주며

사랑과 희망을 주는 말로 다독거리는 막내의 정성에

엄마의 병세는 점점 좋아져 마비되었던 왼팔과 다리가 조금씩 움직여진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발음도 조금 어눌하긴 해도 그런대로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달라졌다.

 

머리 위로 두 병씩이나 매달렸던 링거병이 제거되고 코를 통해 유동식을 주입시키던 음식은

죽이 아닌 밥을 본인이 직접 수저로 떠 드신다.

 

혼자서는 설 힘도 없고 설 수도 없는, 완전히 애기로 변해 버린 엄마를

오래 누워계시면 욕창 생긴다며 에어매트를 깔아드리고

낑낑대며 휠체어에 태워 밖으로 모시고 나가 햇볕도 쪼여 드린다.

 

바깥 구경 시켜드리며 바람 쏘일 겸  오늘도 휠체어에 태워 병원 근처 시장에 모시고 나가

구미가 당기도록 음식물 가게 옆을 지나며 보여 드리고,

엄마 빨리 완쾌되어 입으시라는 희망을 주기위해 옷을 사 들고 오더니 피곤한가보다.

보호자용 긴 의자를 언니가 먼저 차지하니

밤새 안 주무시고 보채던 엄마 옆에 누웠다 잠이 들었다.

 

밖에 나갔다 오느라 한 동안 못 주무셨으니 오늘 밤엔 제발 길게 주무시면 좋으련만...

 

언니보다 더 큰 마음으로 엄마에게 온갖 정성을 다하며 엄마 곁에 잠시 누워

피로를 푸는 막내의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고 안쓰러워 마음이 아프다.

 

45년 전,

죽었으면 하고 잠시 윗목으로 밀어 놓았던 아가였는데...

 

이 세상의 모든 아기들은 축복을 받고 태어나야만 하고

모든 노인들의 뇌경색이나 뇌출혈등도 노환이라는 이유로 그대로 방치해선 안되겠다.

 

 

 

 

 

*   *   *   위 내용을 소속되어 있는 카페에 올렸더니 아래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   *   * 

 

 

 

젤루 

오팔님의 이야기를 보는 동안 가슴이 뭉쿨해집니다. 우리때에도 막내는 그런 고비를 넘기고들 태어나지요. 딸가지려고 혹시나 딸인가해서 낳은 아들이 효자노릇을 합니다. 06.09.14 13:20

 

눈꽃송이 

등 굽은 소나무 선산 지킨다... 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착하기도 하여라... 06.09.14 13:26

 

진원 

마음 고생이 크시겠읍니다.정말 효심이 지극한 막내시군요.병중노모 간병 한다는게 보통 힘드는게 아닌데 그렇게 지극하시니 내일같이 고맙습니다.그래도 오팔님은 엄마가 살아계셔서 窄떨?부러운지 모르겠습니다.나는 내나이아홉살때 어머님을 여위워서 기억도 흐리지만 오늘 이사진을 보니 부모님 생각에 눈물이 난답니다.살아 계시는 동안 효도 많이 하십시요. 부모불효사후회 라고 돌아가신뒤 아무 소용 없답니다.가슴 메이게 해준 사연 감사합니다. 06.09.14 13:38

 

동해언니 

글 읽는 순간순간 마음이 아파옵니다..저도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06.09.14 13:45

 

가시고기 

꼬꼬님이시죠 한번뵌것 같읍니다 고생이 많으시겠읍니다 막내가 엄마곁에서 그래도 호전대셨다니 다행입니다 완쾌를 빌어드릴께요 .... 수고하세요 06.09.14 13:52

 

 금나래

오팔님 글읽으며 눈물나네요 친정어머니 쓰러저 병원에서 생사기로에 계실때 맏이인 난속으로 89세이신 어머니 이젠 편히 가셨으면 하는데 육이오 와중에 태어난 막내만 엄마가면 안된다고 울던 모습 생각나네요 어머님의 쾌유를 바람니다 06.09.14 17:18

 

모르미 

인생은 누구난 다 가는곳 그러나 이렇게 효심 많은 자녀를 두신 분은 너무너무 행복하게 편히 노후를 마칠것 같습니다 글쓰신 언니나 동생 정말 요즘 드믄 효심입니다 늘 건강 하시고 아름다운 이야기 많이 올려 주세요 06.09.14 14:16

 

청람 

곱디 고운 막내의 마음씨...그 정성에 속히 완쾌하시기를 .....!!! 06.09.14 14:50

 

민들레, 

오래전엔 자식많이 낳으면 남에게 보내거나 아님 윗목에 밀어놓기도 했다는말 정말이네요,, 죄송스럽게도 어머님과 막내동생의 모습에서 위로와 안쓰러움보다는 도리어 사랑을 얻고 갑니다,, 어머님의 빠른쾌차를 기원할게요,,, 06.09.14 17:04

 

영심이3 

이 가을에 여기저기 부모님 들의 서글픈 이야기에 가슴이시립니다.노모님께서 기운 차리시기를 바라면서...수고하십시요! 06.09.14 17:07

 

심해 

opal님~ 마음고생이 심하시겠습니다. 누구나 한번은 가는길이지만 좀 더 건강하셔 자손들 사랑을 듬북 받으셨으면 합니다. 하루속히 괘차를 기원합니다. 06.09.14 20:00

 

우리 

opal님의 글을 보니 정말 가슴 뭉클하고 시골에 계신 어머님을 정말로 생각나게 하네요..... 06.09.14 20:42

 

수성 

opal님 얼마나 마음 앞으세요.하루빨리 쾌차하시여 자손들의 효도 받으시기 바랍니다. 저는 소년시절 어머니을 여의고보니 하늘이 뿌여트라구요. 06.09.14 21:07

 

덜 떨어진 낭만

.어머니에게 정성을 다 하시는것을 님의 모습을 보니 부럽기 짝이 없읍니다 . 나는 그리 해 보지도 못하고 엄마를 보낸 죄많은 딸이라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앞을 가려 댓글도 못 달껬네요. 하늘에 계신 엄마께 용서를 빌어보나 무슨 소용이 있겠읍니까.엄마가 좋아하는꽃만봐도 길에서 울고 다닌답니다 ...님께 존경하는 마음을 보냅니다. 06.09.14 21:27

 

가을국화 

오팔님의 고난의 시대의 태어남이 그리도 아픈세월속에 이리또 아픈시간이시군요 ,,고생이 많으십니다,,어서어서 모두 편안하시기를 바랍니다, ,,, 06.09.14 23:15

 

향수 

눈물이 날라해서 더 말을 ....어먼님 정상에 쾨유를 기원 합니다 06.09.15 09:03

 

 야국(野菊)

그랬구나-여러가지로 난 다시한번 친구를 존경해요. 삶은 고해야--정성에 어머님 쾌유될것이요. 힘내요 06.09.15 09:39

 

 한머니

저희 막내하고 똑 같으네요. 우리 엄니 44세에 막내 가지셔서 병원에 가니 몸이 약하다고 수술을 안해주셔서... 지금은 막내하고 계세요. 지금 87세지만 기억력은 우리들 보다 좋으시구요. 막내하고 매일 티격태격하신답니다.. 저는 멀리 떨어져있으니 마음뿐이고. 님의 글 읽으며 엄니의 목소리나 들어야겠읍니다.... 막내님도 고생좀 덜했으면 좋겠읍니다. 빠른 쾌유 빕니다. 06.09.15 11:42

 

 콜크하이택

친정 어머니 생각 납니다. 울님께선 효녀 입니다. 하루 빨리 건강빕니다. 06.09.15 19:14

 

 sungzungkim

감동적인 글을 쓰셨습니다. 그런데, 우리 60방 동료(?)님들 자신들의 순환기계 질환도 엄청나게 무섭습니다. 제가 2년전인 2004년 가을에 작성했던 졸문을 "기타취미생활방"에 올리겠으니 꼭 읽어봐 주십시오. 06.09.15 23:17

 

등대지기 

가슴이 찡하네요 막내의 엄마사랑 진정 이시대의 보기 드문 그 사랑이 엄마의 병을 낮게 하지 않을까요 06.09.15 13:24

 

 

 길동무

요즘 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글이네요... 간병 하시느라 힘드시죠... 간병하시면서도 꽃님 건강 항상 챙기시기 바랍니다........... 06.09.15 16:01

 

 

소운 

막내 동생의 간병에 하늘도 감동 받았겠죠??어서 쾌차하시어 자식들의 효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 06.09.15 23:51

 

얼룩말 

자식의 정성어린 간병이 어머님의 병환이 호전 되신것 같아요. 노환이라는 이유만으로 번거롭게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 정말 본받을만하네요......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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