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寫眞

악휘봉 산행

opal* 2007. 8. 9. 19:28

 

 

늘 다니던 산악회가 아니라 낯설지만, 백두대간 산행이라기에 나섰다. 

 

한 번 다녀온 곳이지만, 산은 언제나 새롭다. 

산은 늘 나를 위로 해주며 침묵이 서로 통하는 친구. 내게 인내를 가르치는 스승, 

부족한 자신을 채우기에는 아무리 다녀도 끝이 없으리라.

 

버리미기재~ 장성봉~악휘봉~구왕봉~ 지름티재 중 

전체 산행은 시간이 많이 걸려 (2005/8/16,  8시간 20분 소요)

 버리미기재에서 악휘봉까지만 다녀올 생각으로 나섰다.

악휘봉이 백두대간 옆으로 있어, 2년 전에 종주하며 시간이 많이 걸려 못 들린 곳이다.

 

차 안에서 내 생각을 얘기 했더니 "그러면 입석리에서 악휘봉만 다녀오시면 어떨까요?"한다.

'그건 너무 짧지 않을까요?'  "그러면 덕가산과 악휘봉 두곳을 타십시요, 그쪽에다 내려드릴테니"

그런데 악휘봉은 오늘 같은 날씨엔 위험하단다. 로프잡고 바위 타는 길이가 만만치 않은데 비라도 내리면 큰일난단다.

 

지름티재까지 갈 1진과, 은티재까지 갈 2진은 모두 버리미기재에서 하차.

종주는 너무 길어 힘들고, 짧게 타며 즐기고 싶다 하니 "전체 종주는 해 보셨으니 앞으로 백두대간 근처산을 타보시면 어떻냐?"

 그러면 그렇게 안내 해 줄수도 있단다. 듣기만 해도 고마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짧게 탄다는 내 말에 여자 회원 한 명이 따라 오겠단다,  그럼 나야 좋지,

미답지를 가는 초행 길의 나는 언제나 초보자다. 남자 한 분이 남아있다 입석리에서 세 명이 내렸다.

guider는 길 입구까지 안내 해 준다며 마을 위 안내도가 있는 곳까지 따라와 설명 해주고 간다.

하산 깃점인 은티마을을 기사가 몰라서 같이 가 줘야 한다며. 은티마을에서 악휘봉으로 직접가서 회원들 기다리겠단다.

 

안내판 앞에서 설명을 듣고, "길을 가다 보면 리본이 달려 있을 테니 잘 보며 갔다오라"며 헤어졌다.


안내판 앞에서 헤어져 올라서니 고속도로?가  한창 공사중, 오솔길은 없고, 대로만이 쭈 욱 뻗어 있다.

산의 모양새로 봐서는 터널 위로 가 능선을 따라 좌측으로 올라 가야 될것 같은데

좌측으로 가라는 소리를 들어,  넓은 길을 따라 가다 좌측에 길이 있어 올라 섰다.


임도따라 한 동안을 걷다보니 이끼가 많은 작은 계곡이 나타나는데

리본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고, 으시시한 원시림같은 분위기, 사람이 다닌 흔적이 전혀 없다.

산의 모양새로 봐서는 앞에 보이는 낮은 봉우리가 아니라 뒷쪽에 있는 큰 봉우리가 틀림없는데,

함께 온 남자분은 좌측으로 가야 한다며 앞 봉우리를 주장 한다. (그쪽은 정말 아닌데...)

 

교신기 가진 여 회원이 교신을 한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설명 해봐야 어떻게 알아듣겠나? 그나마 교신도 제대로 안된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왔다 갔다 해봐야 헛 수고. 작은 인원인데도 의견이 분분하다.

수 십차례 교신 끝에 얻은 결론,  '그러면 덕가산 가지 말고 입석리로 다시 내려가 악휘봉만 탑시다.'


산에서 내려와 공사중인 길 반대방향으로,  입석리 마을을 통과 하지 않고 그대로 들머리를 찾았다.

차에서 내릴 때 가르쳐준, "저기 뾰족한 봉우리가 악휘봉"

골짜기에서 악휘봉은 보이는데 길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다.

큰 길에서 내려 길도 아닌 논 둑으로 가니  저 만큼 위, 밭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길을 물어보니  "나는 안 가봤지만 저 계곡물을 건너면 길이 있을 거"라며 좌측으로 가란다.


밭둑을 내려서고, 논둑을 내려선다. 나무 사이로 계곡물이 흐른다

그렇게 가 보라고 가르쳐 줬는데도 불구하고 남자 한 분은 또 계곡을 건널 생각을 안한다.

산에서 돌아서서 내려 오며 "아까 그리로 가야 많이 채취하는 건데..."

 

혼자 중얼대던 의미를 이제야 알아 챘다.

입석리 마을에서 부터 칡꽃, 다래, 싸리꽃.. 닥치는 대로 훑어 가방에 담으며

이것은 어디에 좋고, 저것은 어디에 좋다며... 염불보다 잿밥에 신경쓰는, 약초 채취를 위해 나섰던 것을.


세 명 중 약초 분은 우측 산으로 가고 둘이서만 계곡을 건너 들어서니 길이 제법하게 나 있다. 과수원을 다니는 길이라 생각보다 넓다.

과수원 길에서 세 갈래길, 어디로 가지? 모르겠다. 일단 중간 길을 택하자.결과는 좋아 리본이 보이기 시작한다. 맞는 구나. 오솔길이다.


사람들이 다니며 좁은 길을 만들어 놓으니 물도 덩달아 다니겠단다. 단, 일방통행으로.

 물이 흐르며 서서히 골짜기를 형성하고 있다. 언젠가는 더 깊고 넓은 골짜기가 되겠지,

기존의 큰 골짜기들도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 되었을게다 아마도. 人道를 물이 흐르는 것인지,  水路를 사람이 다니는 것인지... 신발이 젖는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가득찬 머리를 숙이고 걷고 또 걷는다.


(사진은 갈림길을 지나쳐 돌아서서 찍은 것)

 한 동안 걷다보니 갈림길이 나온다. 어느 길로 간다?우측으로 들어섰다. 우리가 내려 갈 곳은 분명히 좌측이니 조금 더 걸을 생각으로.


작은 폭포가 있어 잠시 휴식. 둘이서 찍고 찍히고 깔깔댄다.물 옆으로 걸으니 한결 서늘하다.


골짜기의 능선에 오르니 이정표가 있다. 우측은 가려했던 덕가산, 칠보산 방향.

좌측으로 악휘봉 표시가 되어있다. 어디쯤 오느냐고 교신기가 시끄럽다.

1진 선두는 지나갔고, 2진은 아직이란다. 기다리시라 이정표에 30분이라 표시되어 있으니.


(위 사진은 악휘봉, 바위봉에서 찍으니 정상은 뒤로 있어 안 보인다.)

 

굵지 않은 밧줄을 잡고 올라서니 조망이 탁 트인다.

둘레 둘레 바라보니 시원하긴 한데 겹겹이 겹쳐진 산 이름을 알 수가 없구나...

대간길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오늘 가려던 장성봉은 어떤 봉우리 일까?

태풍 불던날 신갈나무 아래에서 남들 따라 악휘봉 옆으로 지나가기만 했으니 뭔들 알 수가 있나.

답답하도다. 모른다는 것이 이토록 답답한 것이거늘 매사에 모르는게 너무 많은데도 답답함을 못 느끼고 살고 있다니.

 

옆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를 올라야 되는 모양인데 리본이 두 곳에 달려 있다.

숲 속 쪽으로 보이는 곳은 아마 하산길인듯 싶어 우측 바위에 매어진 로프를 잡고 내려섰다.

 

우와~ 위에선 안 보이던 굵고 흰 밧줄이 커다란 바위에 튼튼히 매어져 있다.

아침, 차 안에서,  이래서 비라도 내리면 큰일 난다고 했구나...

밧줄을 잡고 조심조심 한 발 한 발, 앞에 가는 일행 사진 찍으랴, 아래 쳐다보랴...

 

앞으로 갈 수록 낭떠러지다. 스틱을 무조건 아래로 먼저 던졌다.

발을 디뎌야 할 자리가 보이지도 않는 절벽이다.


 

 


악휘봉 정상에 오르니 사방이 탁 트이며 바람이 시원하다. 비가 내릴 듯 하늘이 꾸물댄다.

먼저 와 기다리던 가이더, 날씨가 좀 어둡긴 하지만 사방을 둘러 보며 이 산, 저산 이름들을 가르쳐 준다.

답답하던 마음 홀가분해지니 고마움 마음이 뒤따른다.




오전에 가려다 들머리를 못찾아 길에서만 헤메던 덕가산.


나흘 전에 올랐던 마분봉.


누구의 작품일까? 고맙게 스리.



멀리 월악산까지 보이는 조망이 시원스럽다.


입석바위.


며칠 전에 산행하며 걷고 싶었던 바위 능선. 비가 내리는 바람에 포기했던 암릉.



은티마을을 향해 내려오며 보이던 두 봉우리가 내가 지나갔던 산 인줄을 몰랐다니.

 

 

은티재를 와 보니 알겠다. 숲으로 들어서서 갈림길에서 우측 길 택하기를 얼마나 잘 했는지.

좌측 길로 왔으면 은티재 직행 길이다. 그 멋진 암봉의 바위타기도 못해보고  악휘봉만 겨우 올라갔다 왔겠지.

욕심부린 순간의 선택이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 바위봉 밧줄 타기가 오늘의 백미였으므로. 또 가보고 싶은 산으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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