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고 정희 - 네가 그리우면 난 울었다, 강가에서.

opal* 2007. 7. 23. 09:25

 

네가 그리우면 난 울었다

 

                                      고 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이면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허공 중에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것이다

 

 

 
강가에서
 
                   고 정희
 
할 말이 차츰 없어지고
다시는 편지도 쓸 수 없는 날이 왔습니다
 
유유히 내 생을 가로 질러 흐르는
유년의 푸른 풀밭 강둑에 나와
 
물이 흐르는 쪽으로
오매불망 그대에게 주고 싶은 마음 한쪽 뚝 떼어
가거라, 가거라 실어 보내니
 
그 위에 홀연히 햇빛 부서지는 모습
그 위에 남서풍이 입맞춤하는 모습
바라보는 일로도 해 저물었습니다
 
불현듯 강 건너 빈집에 불이 켜지고
사립에 그대 영혼같은 노을이 걸리니
 
바위 틈에 매어놓은 목란배 한 척
 
황혼을 따라
그대 사는 쪽으로 노를 저었습니다
 
 
 
본명 : 고성애 (高成愛) , 號는 雪原
1948 전남 해남 출생  
       한국신학대학 졸업  
1975 <<현대시학>>에 시 <부활 그 이후> 등이 추천되어 등단  
1967년 새농민지에 시를 발표하여 시인으로 자질을 인정 받았음.
1979년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목요시 동인으로 김준태, 허영만, 장춘문, 손수권, 국효문 등과 활동.
1984년 또하나의 문화 창간 동인으로 참가하였고 1983년 여성신문 초대편집주간을 역임.
1983 시집 <이 시대의 아벨>발간, 대한민국 문학상 수상  
1986 시집 <눈물꽃> 발간  
       <<목요시>> 동인  
1991. 6. 9 지리산 취재여행 등반 중 조난사고로 타계(43세)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으며 民族文學人葬으로 묻힘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평민사  1979
시집 <이 시대의 아벨>    문학과 지성사  1983
시집 <초혼제>    창작과비평사  1983
시집 <눈물꽃>    실천문학사  1986
시집 <지리산의 봄>    문학과지성사  1987
시집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    창작과비평사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