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며
강 진규
산을 오르며
세상을 건너는 법을 배웁니다
사무치는 바람소리에
나뭇가지 흔들리는 가는 소리 들어 봅니다
세월의 찌꺼기 이내 바람에 부서집니다
바람소리에 폭우처럼 떨어지고
내 마음에도 부서져 폭우처럼 비웁니다
산을 둘러앉은
한 줄기 내일의 그리움을 밟고
한 줄기 그리움으로 산을 오릅니다
구름처럼 떠서 가는 세월 속에
나도 어느새 구름이 됩니다
소리 없이 불러 보는 내 마음의 내일
적적한 산의 품에 담겨
내 생각은 어느새 산이 됩니다
산을 오르며
내가 산이 되고
산이 내가 되는 꿈을 꿉니다
홀로 서 있어도 외롭지 않을
산의 그리움을 배웁니다
잃어버린 세월
강 진규
세월이 지나간 자리를
앞서가는 목숨
어느 새 다가와 있는 세월
끝없는 시간의 계단을 오르다
나뒹그러진 모습,
언제나 아쉬움만 허공을 메운
사랑을 꿈꾸며 산다
세상 일 비춰보면
시간은 재로 꺼져 간 목숨
제자리를 맴돌다
땅 속 깊이 스며들고
한결같은 바램으로 오늘을 살지만
오늘은 빈 가슴만 내밀고
텅 빈 들판에 다시 서게 된다
영원히 자취를 감춘 시간 속에
이제 돌아갈 자리를 잃어
내 허허로운 가슴 속에
내일이 다가온다
어제보다 더 빨리
산다는 건
강 진규
한 장 백지 위에 그림 그리기,
색깔도 모양도 같게 흉내낼 수 없는
저마다 모습을 가꾸고 있다
내보일 무게만큼 거리를 두고 사는
사람 사이 서로가 떨어져 흐르는 거리
잊은 만큼 생각나는 추억
훌쩍 모습을 감추면 그뿐
어디에도 힘찬 그림자 하나 남기지 않는다
눈 오는 날
강 진규
무심결에 눈을 돌리면
내가 서 있는 세상
어디쯤
잊어 두었던 그리움인가
불현듯 땅에 떨어지면
내 마음에 매달리는 눈발
시간은 쌓이고 쌓여 굳어버린
아픔의 실핏줄
아직 내 몸에 남아 있는데
세월이 남겨 놓은,
세월이 그려 놓은
그곳으로 추억은 물들어
다시 시간을 쌓고 있는가
◈ 서울 출생
◈ 건설부 공무원으로 87년까지 근무
◈ 건설부 여직원 문학회 회장 역임
◈ 1981년부터 추실 시동인으로 작품활동 시작, 4권의 동인지에 참여
◈ 1992년 <시와시인>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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