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의 품으로
박 두진
해를 보아라. 이글대며 솟아오르는 해를 보아라.
새로 해가 산 너머 솟아오르면, 싱싱한 향기로운 풀밭을 가자.
눈부신 아침 길을 해에게로 가자.
어둠은 가거라. 울음 우는 짐승 같은 어둠은 가거라.
짐승 같이 떼로 몰려 벼랑으로 가거라. 햇볕살 등에 지고 벼랑으로 가거라.
보라. 쏘는 듯 향기로이 피는 저 산꽃들을.
춤추듯 너흘대는 푸른 저 나뭇잎을 영롱히 구슬빚듯 우짖는 새소리들.
줄줄줄 내려닫는 골푸른 물소리를….
아, 온 산 모두 다 새로 일어나 일제히 수런수런 빛을 받는 소리들…
푸른 잎 풀잎에선 풀잎이 치는 풀잎 소리.
너흘대는 나무에선 잎이 치는 잎의 소리, 맑은 물 시내속엔 은어 새끼 떼소리….
던져 있는 돌에선 돌이 치는 물소리
자벌레는 가지에서, 돌찍아빈 밑둥에서,
여어어 잇! 볕 함빡 받아 입고 질러 보는 만세 소리…
온 산 푸른 것. 온 산 생명들의 은은히 또 아 일제히 울려오는 압도하는 노랫소리…
산이여! 너훌대는 나뭇잎 푸른 산이여!
햇볕 살 새로 퍼져 뛰는 아침은 너희 새로 치는 소리에 귀가 열린다.
너희 새로 받는 햇살들에 눈이 밝는다 - 피가 새로 돈다.
울음을 올라갈 듯 온 몸이 울린다. 새처럼 가볍도다…
나는 푸른 아침 길을 가면서… 새로 솟는 해의 품, 해를 향해 가면서…
1916 3월 10일 경기도 안성 출생
1940 문예지 <문장>에 <향현(香峴)>,<묘지송(墓地頌)>,<낙엽송(落葉頌)>, <의(蟻)>, <들국화> 등
5편으로 정지용의 추천을 받고 문단에 데뷔
1946 김동리, 조연현, 서정주, 박목월 등과 더불어 조선청년문학가협회 결성에 참여
1949 한국문학가협회 결성에 참여
1956 제4회 아세아 자유문학상 수상
1962 서울특별시 문화상 수상
1970 삼일문화상 수상
1976 예술원상 수상
1981 연세대 교수로 정년퇴임
1984 박두진 전집 간행
1998 청록파의 마지막 생존자였던 그는, 박목월과 조지훈이 남긴 그 자리를 홀로 지키다가
9월16일 오후 2시20분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별세.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청록집>(박두진 외) 을유문화사 1946
시집 <해> 청만사 1949
시집 <현대시집 3>(박두진 외) 정음사 1950
시집 <오도(午禱)> 영웅출판사 1953
시집 <박두진 시선> 성문사 1956
시집 <거미와 성좌> 대한기독교서회 1962
시집 <인간밀림> 일조각 1963
시집 <청록집·기타>(박두진 외) 현암사 1968
시집 <청록집·이후>(박두진 외) 현암사 1968
수필집 <생각하는 갈대> 을유문고 1970
수필집 <그대 가장 고독할 때> 삼아출판사 1971
시집 <고산식물> 일지사 1973
시집 <수석열전> 일지사 1973
수필집 <언덕에 이는 바람> 서문당 1973
시집 <사도행전> 일지사 1973
시집 <청록집>(박두진 외) 삼중당 1975
시집 <속·수석열전> 일지사 1976
시집 <야생대> 창작과비평사 1981
시집 <에레미야의 노래> 창작과비평사 1981
시집 <포옹무한> 범조사 1981
받두진 전집 1,2 범우사 1982
박두진 한국현대시문학대계 20 지식산업사 1983
박두진 시집 정음문화사 1983
박두진 전집 범조사 1984
시집 <구래도 해는 뜬다> 어문각 1986
시집 <돌과의 사랑> 청하 1987
시집 <일어서는 바다> 문학사상사 1987
시집 <불사조의 노래> 혜원출판사 1987
시집 <성고독> 자유문학사 1987
시집 <성고독> 자유문학사 1989
시집 <서한체(書翰體)> 깊은샘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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