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물이 푸른 靑山島. 완도 남동쪽 약 19.7kim, 주위의 작은 섬들과 오손도손 이웃한 완도군 청산면.
벼르고 벼르다 한 번 찾아 대강 둘러 보았던 곳을 이번엔 산행을 하고 구석 구석 둘러보고 싶어 또 찾는다.
이번에 오를 산은 최고봉인 매봉산(385m)과 보적산(330m), 하루에 한 곳씩 이틀 동안 오를 예정이다.
이외에 높이가 비슷한 대봉(379), 대성(343). 고성산(310m)들도 있다.
새벽, 일어나니 제법 굵은 비가 내리고 있다.
이게 어찌된일? 일기예보에선 분명히 오후 제주도부터 시작하여 서울은 밤에나 내린다더니?
차라리 예보가 틀려 오전에 다 내리고 그쳐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하며 우산 받쳐들고 집 나선다.
서해안 고속도로 달려 충청지역 들어서니 내리던 비 멎고 맑아진다.
가로등 아래 나비 앉은 함평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 후 서해안 고속도로 마지막 톨게이트 목포 통과(11:30).
도로 위에 걸쳐진 구조물 'Weicome 땅끝 해남'을 지나니 좌측 멀리 주작산 Sky line이 멋지다.
호남고속도로 (천안-논산)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장거리 땐 도로 선택을 잘 해야겠다.
참석자 중 장애우들 여럿 있어 다른 날과 달리 휴게소 두 곳에서 많은 시간 보내고 '건강의 섬' 완도 들어서니 오후 한 시.
청산도로 갈 배는 오후 두시 반. 남은 시간 이용하여 우측으로 방향 잡아 해신 촬영장으로 향한다.
함께한 일행들은 둘러보기 빠듯한데, 빨간 동백, 흰 목련 배경인 바다건너 땅끝마을 쳐다보며 추억에 잠긴다.
다녀 간지 얼마 되지않아 둘러 보는둥 마는둥 셔터만 눌러대고 점심 식사 후 다시 출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섬을 돌며 여객터미널로 향한다.
전방 가려진 구불구불 단차선, 앞에 큰 버스, 그 앞에 작은 차 한 대가 마냥 기어 가고 있다, 시간은 급한데.
승선권 구입하러 먼저 간 운영자는 왜 빨리 안오냐며 계속 전화가 빗발치듯.
완도 여객 터미널 도착하니 배는 십 여분 기다려 주다 방금 출발 했단다. 일찍 도착하고도 배를 못타니 화가 치민다.
관광과 산행은 분명 다르다. 배를 못탔으니 오늘 오후 산행(보적산) 틀렸고, 내일 강수량 많으면 오전 산행 또 못할지도 모른다.
산행을 못하게 된다면 굳이 청산도엘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값은 이미 지불했고 여기까지 왔는데...
치솟은 유류값으로 기사는 저속운행 고집, 매식 피하는 운영진의 식사문제, 각자의 이익챙기기에 골탕먹는 등산객.
오후 6시 출발하는 시간까지 "신지대교 건너 명사십리 모래 해변에서 시간 때우자" 한다.
완도에 올 때마다 건너보고 싶던 신지대교를 이런 기분으로 건너다니...
명사십리 해변은 말 대로 넓고 크다. 젖은 고운 모래에 낙서한다, 애꿎은 손자 이름이나 적어 놓고. 사랑한다고.
산행하러 새벽 나선 꼴이 이게 뭐람? 출렁이는 파도와 바닷물이 반겨도 화가 치민 맘은 빨리 가라앉지 않는다.
명사십리 바닷가 주변, 유채 단지 조성 중인데 아직 아직 을씨년 스럽다. 날씨 때문일까 마음 때문일까?
비가 제법 내린다.
오후 6시 출항하는 배 승선 전, 부탁하는 이 있어 카메라 받아드니 펼쳐든 우산이 바람에 번거롭다.
잠시 손에서 내려놓고 셔터 누르니 우산이 바닷물로 뛰어든다.
작은 배 되어 파도 타고 바람이 밀어 주는 대로 동실 동실 주도 향해 잘도 간다.
'그동안 고마웠다 예쁜 우산아~~ 주도에 도착하거든 내 대신 완도 추억 간직하고 잘 지내다 다시 섬 나와
다른이에게 손목 잡히면 이곳에서 오래 오래 잘 지내렴. 네가 또 하나의 추억거리 만들어 주는 구나.'
하루 일과 마치는, 그러잖아도 어둠 내리는 시간, 비 바람 함께하는 가시거리 짧은 3층 갑판에 홀로 섰다.
완도와 만났던 여러번의 추억, 청산도의 추억이 함께 하잔다. 청산도 도착하도록 3층 갑판 지켰다. 혼자서 우비 입고.
40여분을 비 바람과 함께 하며 빨간등대 불빛 찾아 청산도 도착하니 키큰 표지석이 반긴다.
재작년 여름, 긴긴 낮 시간 이건만 배 운항 시간 맞춰 번개불에 콩 볶듯 당일로 다녀 오기도 했다.
(완도에서 오후 두시 반 출발하는 배를 타고와 차 타고 다니며 둘러본 후 청산도에서 오후 네 시반 출발.)
이번엔 여유롭게 이틀 잡았건만 날씨가 도와주질 않으니 다음에 또 오라는 뜻인가 보다.
아침 6시 출발하여 저녁 6시 넘어 도착 했으니 거리가 얼마나 멀기에???
서울에서 5시간이면 완도 도착하고 완도에서 배로 45분이면 도착 할 수 있는 곳을 12시간이 넘게 걸렸으니...
삼삼오오 끼리끼리 모여 전복, 해삼, 광어, 멍게... 싱싱한 해물시켜 먹는 저녁 시간,
여기 저기서 초대해 주니 어느 팀부터 참석할까?
완도에서 특별주문으로 제일 큰 전복회 먹다 남아 참기름에 살짝 구워 집에 갖고 갔던 생각도 난다.
어딜 가나 따라 다니는 추억은 왜 그리 많은지...
비가 오던 말던,
내일 일은 내일에 맡기고 잠이나 자자꾸나.
청산도까지 다니는 길은 멀고도 불편하다, 그런걸 알면서도 또 찾는 것은 우리네 삶이 긴 여정과 같기 때문일까?
느림의 미학을 가르쳐 주는 Slow city 청산도를 찾으며... 배를 놓쳐 화가 치밀기도 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못 오르면 다음에 또 오면 되는 것을. 그러나 세월은 내게 말해준다, 시간을 역행 할 수는 없다고.
젊은 시절이라면야 무엇이 걱정이겠는가. (참고로 '슬로시티' 국제인증 받은 신안군 증도, 담양군 창평, 장흥군 유치 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