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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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al* 2009. 1. 11. 20:20

 

 

       
    휴대폰이 울린다. 누굴까?

     
    단풍좋던 가을 속리산 묘봉 산행 날 전망좋은 바위에서 사진 찍어주던 총무
    내게 조용히 입을 연다. 
    "언니 이런 애기 해도 괜찮을까? 조심스러운데..."
    "왜 무슨 얘긴데? 다 괜찮아 얘기 해봐."
    이 ㅊㅅ씨가 언니랑 얘기좀 나누고 싶다고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데..."
    "그러고 보니 그 분 요즘 눈에 안띄네, 왜 안 나오신대?"
    "그분이 요즘 병원에 입원해 계셔요, 암이래요.
    언니 맘 아파할까봐 얘기 안 하려다 꺼냈어요, 기분 나쁘면 안 가르쳐 주셔도 돼요"
    "무슨 소리야 난 아무렇지도 않아 난 이제 다 나았고, 투병 중에도 얼마나 밝게 지냈다구"
    "언니 고마워요."
    "걱정하지마 내가 직접 전화 할께, 그쪽 번호를 날 가르쳐 줘 "
    여름 산행 때 몇 번 같이 산행했던 집 근처 사는 지인,
    가을 들어 얼굴이 안 보이더니 이런 소식을 듣는다.
    며칠 후 전화를 걸어 안부 물은 후 병상생활, 투병생활 등
    이런 저런 얘기 대충 했더니 반가워하며 고맙다하고 끊었다.
     
    오늘 그 지인 한테서 전화가 왔다.
    도움을 얻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며 요즘의 몸 상태가 안 좋단다.
    한 번에 항암제 주사 하루 맞고 2주 동안 약 먹고 나면 음식을 먹을 수가 없어 힘들단다.
    여섯 번 맞아야 하는데 이제 네 번 끝내니 점점 먹지 못해 집 근쳐 산도 못간단다. 
    그럴 때 나더러 어떻게 지냈느냐며 자문을 구한다.
     
    "그 정도면 양호하신 편이세요, 산이 뭐에요, 저는 먹질 못해
    앉아 있을 기운도 없어 누워만 지냈어요, 
    여섯 번이며 금방 밥 드실 수 있겠네요, 저는 일년동안을 죽었다 살아 났어요." 했더니
    그 정도 였었느냐며 놀라신다. 듣기만해도 본인 한테는 위로가 된다며 오히려 미안하단다.
     
    항암제를 투여받고나면 목이 부어 밥은 커녕 물 반컵 조차 
    맘대로 꿀꺾꿀꺽 넘기질 못해 조금씩 흘려 넘겼다. 
    그 때의 고통스럽던 몸과 마음, 차라리 죽고 싶었던 상태를 어떻게 말로 다 표현 할 수
     있을까... 그 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눈물이 저절로 흘러 내린다.
     
    "물 대신 이온 음료 마시고, 음식을 전혀 먹을 수 없으면 집에서 링거 주사라도 맞으라"
    하고 이런 저런 애기 나누고 끊었다.
     
    열심히 건강하게 지내야 할 의무를 다시 한 번 느낀다. 
    주변의 암 환자들에게 Sample로 살고 있으니 그들에게 희망을 줘야할 책임이 있다.
     
    "얘, 난 아이들 두고는 도저히 못 죽겠어, 그것들 불쌍해서 어떻게 죽니?" 하기에
    "얘, 우리는 언제가도 애들 보다 먼저 갈 사람들이야, 난 병상에 있을 때 너와 다르게 생각했어,
    주변에 보면 더 어린 것들 두고 죽어도 다들 잘 자라 잘 살고 있는 모습 보면서
    '우리 애들은 다 컸으니 더 잘 헤쳐 나가겠지' 하며 마음 편하게 지내려고 노력했어,
    불쌍하지만 어쩌겠니? 애들 보다는 우선 네가 살아야할 방법을 먼저 생각 하려므나." 
    미국에서 살다 유방암 발병, 말이 잘 통하지 않아 귀국해서 병원에 다닌다며
    내게 전화하여 이것 저것 묻던 동창, 일년 전에 세상 하직했다.
     
    나보다 늦게 발병한 지인의 아들, 유학 차 미국 갔다가 발병, 귀국하여 산행부탁하기에 산행도
    함께 하고,  미국과 고국에서 남다른 치료법을 시도하다 저 세상으로 떠나 가슴 저린 일을 겪고, 
     
    나와 비슷한 시기에 발병, 치료 중에도 쉬지 못하고 지방대학 오가며 가르치던 김 교수, 많은
    스트레스로 병을 이기지 못하고 이승을 떠나 생각만 해도 불쌍해서 더 마음 아픈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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