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문화,여행)

각설이

opal* 2009. 3. 17. 00:21

 

 

봄의 전령사 하면 보통 눈 속에서 피어나는 초본 복수초를 연상하게 되고 산에서 처음 만나는 목본은

노란 꽃송이가 가지에 붙은 생강나무를 처음 대하게 되지만 산을 안찾는 일반인에게는 역시 동백이나 매화가 떠오르게 마련이다.

 

산불조심 기간에는 가고 싶어도 마음 대로 산을 정해 갈 수가 없다, 계절에 맞게 산행하며 축제장을 들리는 맛은 일석이조이기도 하다.

 

3월이 되면 제일 먼저 열리는 매화 축제, 광양에 있는 매화마을과 경남 양산 원동면에서도 14일부터 매화 축제가 열린다.

 

전국 100대 명산안에 꼽히는 광양 백운산(1218m) 산행 후 늦은 시간에 매화 축제장을 찾았다.

 

섬진강변 매화마을, 산허리를 뽀얗게 감싼 매화 밭을 둘러보며 코끝에 느껴지는 그윽한 매화 향기를 맡은 후 

귀가 행 차에 오르려니 열려진 차 문안에 떡 버티고 앉은 각설이가 보인다.

 

약방의 감초 같은, 축제장이면 꼭 있어야 되는 분위기 메이커 각설이. 却設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어렸을 적 가난한 시절엔 깡통하나 들고 장타령이나 부르며 동냥하여 얻어 먹던 거지가 아니던가.

 

그러던 것이 어느 때인가 부터는 장마당에서 남의 눈 끌기위해 엿가락 자르는 가위소리에 장단 맞추는 엿장수로 변했다.

각설이 타령하면 우선 신이나고 박자에 맞춰 어깨가 들썩거려지며 흥이 돋구어 진다.

 

예전에는 한 푼 줍쇼~하던 것이 타령으로 바뀌고 사람들을 즐겁게 한 후 댓가를 받는다. 그런데 이 녀석(글쓰기 편의상)은

타령을 할 생각은 전혀 없고, 우리가 타고온 버스 문에 걸터 앉아 손님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니 장사가 될 수 있겠는가.

 

 

"어머나 봉평장에서 보았던 각설이네"?

한마디 건넸더니 '때는 요때다' 하고 깡총 내려서더니  "언니~ 이거 하나 먹어" 하며잽싸게 바구니 속에 손을 넣어 엿가락 하나를 집어 

손에 쥐어 준다. 순식간이라 거절 할 틈도 없다.

옆에 사람들이 쳐다보며 모여 드니 언니도~, 언니도~ 하며 하나씩 안기더니 이젠 차례 대로 돈을 내란다.

'참 상술도 좋구나 ' 한마디 했다가 꼼짝없이 걸려든 거다. 변성이 아직 안되었는지 몸집은 커도 목소리는 여자 목소리에 가까운 미성이다.

 

"여기 매화 축제 끝나면 이젠 또 어디로 가게 되는가?" 옆에서 슬쩍 물어보니

"이젠 쌍계사로 갈꺼에요"

"맞아 그렇겠네? 이젠 벚꽃 계절이 오니 벚꽃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가겠군,

계절따라 축제따라 장마당을 옮겨다니니 전국을 다 돌아 보게 되겠네?"

 

찜통 무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채 맞은 지난해 9월 초,

봉평에 있는 보래봉 산행 후 메밀꽃 밭을 둘러보고 음식점에서 각종 메밀 음식을 먹고 나오다

이 각설이를 만났다, 카메라 들이대니 폼잡으며 찍어 달란다.

차 안에 걸터 앉은 얼굴을 보는 순간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한 마디 했던 것이다. 

 

각설이란 단어가 '품바'로 바뀌며 연극으로 공연한 적이 있었다. 대학로에서 본지가 꽤 오래 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김 시라 원작의 일인 극, 1980년대 초, 첫 공연 후 배우가 바뀌어가며 대물림을 하던 연극이다.

 

새로운 배우로 바뀌어 올해도 공연 한다는 소식이 들리는 걸 보면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 찾는지도 모르겠다. 

내용이 항상 똑같지 않아 또 봐도 재미있으니 기대를 갖고 기회를 만들어 봐야겠다.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절씨구 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왔네
어허 품바가 잘도 헌다 어허 품바가 잘도 헌다 (헤~)

일자나 한자 들고나 보-니 일백년도 못살 인생 사람답게 사람답게 살고파라
이자나 한자 들고나 보-니 이놈의 좆같은 세상 유전무죄 무전유죄 도는 세상
삼자나 한자 들고나 보-니 삼천리에 붉은 단풍들고 우리네 가슴에는 피멍든다
사자나 한자 들고나 보-니 사시사철 변함없이 이렇게 한번 살아보세
(뼈빠지게 박터지게 음~ 뭐 빠지게)
오자나 한자 들고나 보-니 오늘 오신 손님네야 힘찬 함성소리 질러보자
(아 어디에 있던 무얼하고 있던 다같이 힘찬함성 질러봅시다. 아~~)

육자나 한자 들고나 보-니 육갑하고 지랄하는 세상 살맛나는 세상 만들어보세
칠자나 한자 들고나 보-니 칠전팔기 우리나라 만세 우리네 신명이면 할수 있네
팔자나 한자 들고나 보-니 팔자쎈년 이년의 소원 시집못가고 통일일세
구자나 한자 들고나 보-니 구구절절 말필요없다 국가 보안법부터 철폐하자

남었네 남었네 장자하나가 남었네 마음합해서 함께하세
십자나 한자 들고나 보-니 씨발놈들 개새끼들 고통분담 강요하는 씹새끼들 (헤~)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왔네
어허 품바가 잘도 헌다 어허 품바가 잘도 헌다 (어라차차!)>

 

품바란,'입으로 뀌는 방귀'라는 뜻이라 들었다. 
고금을 막론하고 소외된자들이 지배계급에 불만을 품고 말로 표현 할 수 없어 

현실에 대한 울분을 입으로 표출해 내는 것이다.

옆에 섰던 미ㅅ씨, 카메라 들이 대며

"어머나 언니 닉은 '꽃띠'인데 옆 사람은 '꽃님이'네?" ㅎㅎㅎ

잠시지만 모두들 함께 웃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