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원에서
연꽃
오 세영
불이 물 속에서도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은
연꽃을 보면 안다
물로 타오르는 불은 차가운 불,
불은 순간으로 살지만
물은 영원을 산다.
사랑의 길이 어두워
누군가 육신을 태워 불 밝히려는 자 있거든
한 송이 연꽃을 보여 주어라 .
닳아 오르는 육신과 육신이 저지르는
불이 아니라
싸늘한 눈빛과 눈빛이 밝히는
불,
연꽃은 왜 항상 잔잔한 파문만을
수면에 그려 놓는지를.
連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 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수련(睡蓮)
조 병화
하늘이 내려와 노는 물 위에
여인의 나체처럼 떠 있는 꽃
바람이 흐르는 수면이 출렁거리며
온종일 햇빛으로 목욕을 한다
열린 몸
가는 미소
마냥 인기척 없는 하얀 대낮
천국인가, 낙원인가, 할 때
호호이 호이, 하늘을 가르며 지나가는
꾀꼬리 소리
"뭘 그리 생각합니까, 그건 수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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