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오 세영 - 7월 ,나를 지우고.

opal* 2009. 7. 2. 22:49

 

 

7 월

 

                                          오 세영

 

바다는 무녀(巫女)
휘말리는 치마폭,

바다는 광녀(狂女)
신발(散髮)한 머리칼,

바다는 처녀(處女)
푸르른 이마,

바다는 희녀(戱女)
꿈꾸는 눈,

7월이 오면 바다로 가고 싶어라,
바다에 가서

미친 여인의 설레는 가슴에
안기고 싶어라.

바다는 짐승,
눈에 비친 푸른 그림자.

 

 

 

나를 지우고

                                           오 세영

산에서
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산이 된다는 것이다.
나무가 나무를 지우면
숲이 되고,
숲이 숲을 지우면
산이 되고,
산에서
산과 벗하여 산다는 것은
나를 지우는 일이다.
나를 지운다는 것은 곧
너를 지운다는 것,
밤새
그리움을 살라 먹고 피는
초롱꽃처럼
이슬이 이슬을 지우면
안개가 되고,
안개가 안개를 지우면
푸른 하늘이 되듯
산에서
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나를 지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