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오 세영 - 8월, 언제인가 한 번은.

opal* 2009. 8. 5. 09:40

 

8 월

 

                                  오 세영

 

8월은 분별을
일깨워 주는 달이다.
사랑에 빠져
철없이 입맞춤하던 꽃들이
화상을 입고 돌아온 한낮,
우리는 안다.
태양이 우리만의 것이 아님을,
저 눈부신 하늘이
절망이 될 수도 있음을,
누구나 홀로
태양을 안은 자는
상철 입는다.
쓰린 아픔 속에서만 눈뜨는
성숙,
노오랗게 타 버린 가슴을 안고
나무는 나무끼리
풀잎은 풀잎끼리
비로소 시력을 되찾는다.
8월은
태양이 왜,
황도(黃道)에만 머무는 것인가를
가장 확실하게
가르쳐 주는 달.

 

 

언제인가 한 번은

 

                                        오 세영

 

우지마라 냇물이여,
언제인가 한번은 떠나는 것이란다.
우지마라 바람이여,
언제인가 한번은 버리는 것이란다.
계곡에 구르는 돌처럼,
마른가지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삶이란 이렇듯 꿈꾸는 것.
어차피 한번은 헤어지는 길인데
슬픔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청솔 푸른 그늘 아래 누워서
소리 없이 흐르는 흰구름을 보아라.
격정에 지쳐 우는 냇물도
어차피 한번은 떠나는 것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