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마름
김 소월
"주으린 새무리는 마른 나무의 /해지는 가지에서 재갈이던 때
온종일 흐르던 물 그로 인하여/놀 지는 골짜기에 목이 메던 때
그 누가 알았으랴 한쪽 그름도/ 걸려서 흐덕이는 외로운 령을
숨차게 올라서는 여윈 길손이/ 달고 쓴 맛이라면 다 겪은줄을.
그곳이 어디더냐 남이(南怡)장군이/ 말 먹여 물 끼얹던 푸른 강물이
지금에 다시 흘러 뚝을 넘치는/ 천백리 두만강이 예서 백십리.
무산의 큰 고개가 예가 아니냐/ 누구나 예로부터 의를 위하여
싸우다 못이기면 몸을 숨겨서/ 한때의 못난이가 되는 법이라.
그 누가 생각하랴 삼백년래에/ 차마 다 받지 못할 한과 모욕을
못이겨 칼을 잡고 일어섰다가/ 인력의 다함에서 스러진줄을.
부러진 대쪽으로 활을 메우고 녹슬은 호미쇠로 칼을 벼려서
다독(茶毒)된 삼천리에 북을 울리며/ 정의의 기를 들던 그 사람이여.
그 누가 기억하랴 다북동(茶北洞)에서/ 피묻은 옷을 입고 외치던 일을.
정주성 하루밤의 지는 달빛에/ 애끊진 그 가슴이 숫기 된줄을.
물우에 뜬 마름에 아침이슬을/ 불붙는 산마루에 피였던 꽃을
지금에 우러르며 나는 우노라/ 이루려 못이룸에 박한 이름을."
강 2
박 두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날 강(江)물은 숲에서 나와 흐르리.
비로소 채색(彩色)되는 유유(悠悠)한 침묵(沈默)
꽃으로 수장(水葬)하는 내일에의 날갯짓,
아, 홍건하게 강(江)물은 꽃에 젖어 흐르리
무지개 피어 젖은 아침 숲 짐승 울음.
일체의 죽은 것은 떠내려가리
얼룽대는 배암 비늘 피발톱 독수리의,
이리떼 비둘기떼 깃쭉지와 울대뼈의
피로 물든 일체는 바다로 가리.
비로소 햇살 아래 옷을 벗는 너의 전신(全身)
강(江)이여. 강(江)이여. 내일에의 피몸짓.
네가 하는 손짓을 잊을 수가 없어
강(江) 흐름 핏무늬길 바다로 간다.
<거미와 성좌(星座), 대한기독교서회, 1962>
愛蓮說
중국 宋나라 주 돈이(周 敦頤)가 지은 수필로 연꽃을 君者에 비유하였다.
이 글은 주렴계선생전집(周濂溪先生全集), 주나라부터 송나라에 이르기까지의
古詩, 古文의 주옥편을 모아 엮은 고문진보(古文眞寶)에도 실려 있고
조선시대 전기의 문신인 강희안(1417~64)이 지은 원예 기술서인 양화소록(養花小錄)에도
일부가 기록되어 있다
주 돈이(1017~1073) : 北宋의 사마광(司馬光), 왕안석(王安石)과 동시대의 인물로
도주(道州, 지금의 호남성 도영현)에서 출생, 자는 무숙(茂叔), 호는 염계(濂溪)
애련설(愛蓮說)
주 돈이
수륙초목지화(水陸草木之花) 가애자심번(可愛者甚蕃)
물이나 땅에 자라는 초목의 꽃은 사랑스러운 것이 매우 많다.
진도연명(晉陶淵明) 독애국(獨愛菊)
진나라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사랑하였고,
자이당래(自李唐來) 세인(世人) 심애목단(甚愛牡丹)
이씨가 세운 당나라 때부터는 세상 사람들이 모란꽃을 매우 사랑하였다.
여독애련지출어(予獨愛蓮之出於) 니이불염(泥而不染)
내가 유독 연을 사랑함은 진흙에서 나왔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탁청련이불요(濯淸漣而不妖) 중통외직(中通外直)
맑고 잔잔한 물에 씻으나 요염하지 않으며, 줄기의 속은 비어 있고 겉은 곧으며,
불만불지(不蔓不枝) 향원익청(香遠益淸)
넝쿨도 뻗지 않고 가지도 치지 않으며, 향기는 멀리 갈수록 더욱 맑고,
정정청식(亭亭淸植) 가원관(可遠觀) 이불가설완언(而不可褻玩焉)
꼿꼿이 깨끗하게 서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가까이서 만만하게 다룰 수 없음이니라.
여위국(予謂菊)은 화지은일자야(花之隱逸者也)
내가 평하건대 국화는 은일(隱逸)을 상징하는 꽃이요,
목단(牡丹) 화지부귀자야(花之富貴者也)
모란은 부귀를 사랑하는 꽃이며,
연(蓮) 화지군자야(花之君子者也)
연꽃은 군자를 상징하는 꽃이다.
희(噫) 국지애(菊之愛) 도후선유문(陶後鮮有聞)
아아! 국화를 사랑하는사람은 도연명 이후로 들어본 일이 드물고,
연지애(蓮之愛) 동여자하인(同予者何人)
연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나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모란지애(牡丹之愛) 의호중의(宜乎衆矣)
모란을 사랑하는 사람은 당연히 많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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