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단풍

천왕봉에서 만난 횡재, 서리꽃 - 도 종환, 유 안진

opal* 2009. 10. 20. 00:38

 

단풍보러 갔다 만난 횡재

 

2주일 전 설악산에 다녀온 뒤 일주일 후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다는 기상 정보가 있었다. 

지리적으로 남쪽인 지리산에서 예상치 않은 천왕봉의 때 이른 상고대를 만나는 횡재를 했다. 

보통 물은 영하의 온도에서 얼음으로 변한다, 그러나 대기 중의 수증기나 안개 등 액체상태의 작은 물방울이 

영하의 차가운 물체에 닿는 순간 얼어 붙게 되면 급속히 냉각되어 알갱이 모양의 결정체로 변해 흰색을 띤다.  

얼음 입자 사이에 공기를 함유하고 있어 응집력이 적어 물체로부터 쉽게 분리된다.

호숫가나 고산지대에서 많이 볼 수있는데 주로 기온차가 많은 맑은 날씨의 밤에 만들어지며

눈꽃처럼 피어있어 '수상(樹霜 air hoar)'이나 '나무서리'라고도 한다.

 

바람의 방향대로 부착되며 햇살이 퍼지면 금방 녹아 없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오늘 처럼 기온이 낮은 경우엔

낮 시간에도 볼 수 있으나 많이 녹고 떨어지기도 해 아주 화려하진 않지만 아쉬운 대로 반가웠다. 

 

중산리에서 11시 출발하여 천왕봉 정상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3시 경,

천왕봉 주변에서 볼 수 있었으며, 햇살 따뜻한 곳에서는 바람이 불 때마다 떨어져 내리는 양도 많아, 

맑은 날에 눈 내리는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서리가 내린다는 霜降도 아직 며칠 더 남아 있는 상태다. 

 

 

 

 

 

서리꽃

                                           도 종환

 

서리꽃 하얗게 들을 덮은 아침입니다
누군가의 무덤가에 나뭇짐 한 단 있습니다
삭정이다발 묶어놓고 무덤가에 앉아
늦도록 무슨 생각을 하다 그냥 두고 갔는지
나뭇가지마다 생각처럼 하얗게 서리꽃이 앉았습니다
우리가 묻어둔 뼈가 하나씩 삭아가는 동안에도
우리들은 남아서 가시나무 가지를 치고
삭정이다발 묶으며 삽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우리는 가져갈 수 있는지 모르지만
오늘도 가야 할 몇 십리길이 있습니다
오늘도 서리가 하얗게 길을 덮은 아침들에 나섭니다

 

 

 

 

 

 

 

서리꽃

 

                                   유 안진

 

손발이 시린 날은
일기를 쓴다

무릎까지 시려오면
편지를 쓴다
부치지 못할 기인 사연을

작은 이 가슴마저 시려드는 밤이면
임자없는 한 줄의 시를 찾아 나서노니
사람아 사람아
등만 뵈는 사람아
유월에도 녹지 않는
이 마음 어쩔래

육모 서리꽃
내 이름을 어쩔래

 

 

 

 

 

 

 

 

 

 

 

 

通天門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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