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오 바쇼의 하이쿠
마쓰오 바쇼
古池や蛙飛こむ水のおと
(ふるいけや かわずとびこむ みずのおと)
오랜 못이여
개구리 뛰어들어
물 치는 소리
閑さや岩にしみ入る蟬の聲
(しずかさや いわにしみいる せみのこえ)
한적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소리
物いへば脣寒し秋の風
(ものいえば くちびるさむし あきのかぜ)
말을 하려니
입술이 시리구나
가을 찬바람
埋火も消ゆや涙の烹ゆる音
(うずみびも きゆやなみだの にゆるおと)
재 속 화롯불
사그라드네 눈물
끓는 소리
* 하이쿠에는 제목이 없다.
한 수가 너무 짧아 사계절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네 수를 옮긴다..
마쓰오 바쇼 (마츠오 바쇼, 松尾芭蕉, 1644~1694.11.28)
1644년 이가우에노(현재의 미에 현)에서 하급 무사이자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1662년 무사이자 하이쿠 시인이었던 도도 요시타다(藤堂良忠)의 수하에서 일했다. 1666년 요시타다가 죽자 바쇼는 무사의 길을 단념했다.
1673년 에도로 간 이후, 1677년 하이쿠 선생으로 간판을 내걸고 하이쿠에 심취했다. 1680년 후카가와 암자에 은거하며 중국의 두보와 장자에 심취했다. 1684년 방랑 생활을 시작했다. 1690년 고향과 오오미지방에서 하이쿠 세력을 확장시켰다. 1694년 오사카에서 타계했다.
하이쿠(haiku, 俳句(배구)) - 일본의 시 형식 가운데 하나.
하이카이(일본 특유의 단형시(短型詩)).
홋쿠[癸句]라고도 한다. 3행 17음절로 구성되었으며 각 행은 5·7·5음절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적인 31 음절의 단카[短歌]라는 시의 처음 3행에서 유래했다. 하이쿠는 도쿠가와 시대[德川時代 : 1603~1867]에
단카와 더불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이 시대에 거장 마쓰오 바쇼[松尾芭蕉]가 이 시 형식을 매우 세련되고 의식 있는 예술로 승화시켰다.
바쇼가 쓴 대부분의 하이쿠는 실제로 렌가[連歌]의 홋쿠였다.
하이쿠라는 말은 하이카이[俳諧 : 17음절의 우스꽝스러운 시]의 하이와 홋쿠라는 단어의 쿠로부터 유래했다.
하이카이와 홋쿠라는 2개 용어는 수세기 동안 하이쿠의 동의어로 사용되었다. 원래 이 형식은 주제 선정에 있어 비록 암시적이지만
분명한 감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4계절 중의 어느 한 계절을 암시하는 자연에 대한 객관적 묘사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후에 주제선정 범위가 넓어졌고 가능한 한 가장 적은 단어수로 더 많은 것을 표현하고 암시하는 예술로 남게 되었다. 그밖에 하이쿠 거장으로는 18세기의 요사 부손[與謝蕪村]과 18~19세기의 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 그리고 19세기말의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 등이 있다
시를 말하다, 정끝별 시인
하이쿠가 하이쿠인 까닭은 그것이 짧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가 아닐까 싶다. 5·7·5로 읊어지는 총 17음절에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묘사하고 있을 뿐인데 그 여백이 가져다주는 울림이 만만치 않다. 짧은 시임에도 계절을 나타내는 시어(‘季語’)가 들어가야 하고, 5·7·5 사이에서 한 번 끊어줌으로써 영탄이나 여운을 주어야(‘切字’) 한다. 바람을 타듯 온몸을 활짝 열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 인간을 꿰(貫)뚫고 삶과 통(通)하여 소리 없는 일갈처럼 ‘치고 빠져야’ 한다. 그러나 설명하거나 주장하지 않아야 한다.
바쇼(芭蕉)는 이러한 하이쿠의 정신을 파초(芭蕉)에서 발견한다. 38세의 봄, 한 제자가 파초 한 포기를 보내와 심었더니 날로 무성해져 암자 전체를 덮게 되었다. 파초에 둘러싸인 그는 도우세이(挑靑)란 호를 바꾸어 바쇼라 했으며 자신이 사는 암자를 ‘바쇼우안(芭蕉庵)’이라 부르게 했다. ‘파초를 옮기는 말’이라는 산문에서 바쇼는 파초를 사랑하게 된 까닭을 ‘무용의 용(無用之用)’에서 찾고 있다. 봉황의 꽁지깃처럼 화려하지만 찢겨지기 쉽고, 꽃이 피지만 화려하지 않고, 줄기가 굵지만 목재로는 쓸 수 없으나, 온갖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도록 하는 넓은 잎 때문에 대신 넓은 그늘을 거느릴 수 있기에 바쇼는 파초를 사랑한다고 했다. 파초 본래의 그러함 속에서 바쇼는, 하이쿠는 물론 삶의 비의(秘意)까지를 발견해 내고 있는 셈이다.
첫째 시부터 보자. 우수(雨水) 지나면 경칩이다. 놀랄 경(驚), 숨을 칩(蟄)! 그러니까 삼월 초순의 경칩은 겨우내 얼어 있고 숨어 있던 모든 것들이 놀라 뛰쳐나오는 무릇의 봄, 바야흐로 봄을 예고한다. 오래 묵은 연못에 개구리가 뛰어들며 내는 물소리를 떠올리다 보면 이 경칩이라는 말이 떠오르곤 한다. 봄이 오는 소리, 그 들리지 않는 소리를 바쇼는 개구리의 몸으로 듣고 있다. 생명의 살갗과 정지된 물의 심연이 맞닥뜨리며 울리는 찰나의 소리, 촌음(寸陰)의 개구리 시간이 유구(悠久)한 연못의 시간을 일깨우는 생생과 상생의 소리이다. 하이쿠를 대표하는 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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