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김 종희 -아직은 행복하다, 그냥 풀처럼, 산 속의 묘지

opal* 2012. 7. 27. 01:44

 

 

 

아직은 행복하다

 

                                                               김 종희

 

진실로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것은
정치나 경제나 예술이나 노동이 아니라
해와 달과 별과 구름과 바람이다
언제나 해가 동쪽에서 뜨리라
믿고 있는 우리들
그 믿음을 한 번도 배반당해 본 적이
없는 우리들
아직은 행복하다

 

 

그냥 풀처럼

 

                                                     김 종희

            

매일 오후 두시가 되면 나는
홍은동에 있는 작은 산을 오른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은 잠시 접어두고
내 몸이 원하는 일만 할 뿐이다
먹는 일 자는 일 노는 일도 있지만
몸을 햇볕에 내놓아 쪼여주고
숲으로 들어가 산소를 마시게 하고
눈에는 푸른 하늘 파란 나무를 보여준다
몸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오직 생명이니
그 원을 들어주려고 나는 매일
혼자 이 적막한 산을 오르내린다
그냥 풀이 바람에 나부끼듯이

                                                                        《詩文學》 2003年 10월호

 

 

산속의 묘

 

                                            김 종희

 

오늘이 허물 벗은 어제는 무한 적막
어제에 닿아있는 등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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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충북 청주(1937년 4월 8일 양력)

학력- 연세대학교

등단 1982년 <시문학>

시집- 이 세상 끝날까지, 물속에 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