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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김 승동
바람이 기댄 낮은 산으로
긴 겨울 이야기 속에 잠들었던 꿈이
파랗게 망울지어 오른다
하늘도 한아름
옅은 향을 뿌리고
봄이 깨어 일어난 자리마다
연분홍 가슴들이 물기를 머금고
터진 볼을 비비며
몰래 비밀스런 눈짓을 감춘다
풀잎이 눕는다
산은 온통 사랑의 마찰음으로
부드럽게 무너져 내리고
무성한 햇살이
이슬 머금은 허리를 감싸 안는다
들이 가는 숨을 몰아쉰다
돌아서면 우수수 꽃잎 질까
비단 하늘에 슬픈 물들이지 않을까
통탕거리는 가슴을 안고
서서 두 눈만 감는데
눈시울이 뜨겁게 화사하다
목련이 필 때마다
김 승동
정말 몰랐습니다
지난밤 문틈을 비집는 바람결에
이불깃이 입술을 끌었고
오늘 아침 내 무딘 손길은
아무 생각 없이 겨울을 찍어 발랐습니다
하늘색도 아직은 물먹은 솜빛이고
먼 산맥도 선이 두터웠습니다
햇살이 기우뚱해진 한나절 넘어서야
길 건너 담 낮은 집 아이가 던지는
종이비행기에 눈길 따라 가다가
그만 하얗게 터진 당신, 보고 말았습니다
잎도 없는 가지에 송이송이 피어오른
눈물 같은 봄의 시위
언제나 문득 다가서는 환영처럼
준비 없는 마음 또 허둥댑니다
아직 언 땅에 진 빚이 그대로이고
깊숙이 눌러 앉은 생각들 고개를 들지 않는데
올해도 당신은
몰래 하얀 속살 먼저 보이셨으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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